[영화제]
[영화제] 여름밤의 드럼 비트
2015-06-0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제8회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제8회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포스터.

‘영화관에서 즐기는 음악축제, 제8회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가 6월5일(금)부터 14일(일)까지 10일간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다. 영화제는 뮤직페스티벌에서 출연가수들의 목록을 몇 차례 나눠 공개하듯 상영작 라인업을 조금씩 추가로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나의 음반처럼 세심하게 구성된 6개 섹션, 21편의 음악영화가 상영된다. 포스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영화제의 얼굴은 힙합이다. 오프닝 트랙인 소노 시온의 <도쿄 트라이브> 역시 힙합 음악이 영화 안팎에서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머지않은 미래, 몇개의 조직이 적절히 자신의 구역을 지키며 생활하던 도쿄 트라이브에서 정체불명의 무리가 경계를 침범하면서 벌어지는 혼란을 그린다. 도쿄 트라이브의 구성원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끊임없이 흐르는 힙합 음악과 개성이 도드라지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캐릭터들이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인터뷰, 영상, 사진 등을 활용해 힙합 가수 나스의 음악과 삶을 잇는 다큐멘터리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함께 힙합을 꿈꿨던 친구들을 찾아 나서는 방식의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 남아공의 힙합 듀오 디 안트보르트의 출연 및 O.S.T 참여로 화제를 모은 <채피> 등이 힙합 섹션에서 상영된다.

최신 음악영화들의 흐름을 짚는 신작전에서는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러덜리스>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고로 아들을 잃은 남자 샘이 아들이 지어 남긴 음악을 듣고 익혀 뮤지션의 꿈을 대신 이루는 이야기다. 그러나 위의 줄거리에는 담아지지 않는, 음악을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음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예상치 못한 질문을 숨겨두고 있다. 음악만 놓고 보자면 포크송이 밴드 음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파고>의 배우 윌리엄 H. 머시의 연출 데뷔작이다. <에덴>은 디제잉이 기본이 되는 클럽 음악의 향수에 젖을 만한 작품이다. 90년대 파리에서 프렌치 하우스 음악이 탄생하고 뉴욕에 전해지면서 성행하다가 서서히 잦아드는 과정을 담는데, 이것을 폴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낸 점이 특징이다.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드라큘라 분장을 한 가난한 소년과 진짜 뱀파이어 소녀가 가장무도회에서 만나 나누는 감정을 담은 아랍의 흑백영화다. 록, 테크노, 아랍 음악 등 감각적인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밤의 정취가 담긴 영상이 느리고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드럼 vs. 드럼 섹션에서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받은 두 작품, <버드맨>과 <위플래쉬>가 맞붙는다. <버드맨>의 드럼 비트가 마치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무대 곁에 존재하는 오케스트라처럼 극의 진행 바깥에 놓여 있었다면, <위플래쉬>는 드럼을 연주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므로 드럼 비트가 프레임 안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버드맨>의 드럼 비트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반면, <위플래쉬>는 손에 잡힐 듯한 드럼 비트를 통해 끊임없이 오감을 두드려댄다.

히든 트랙에서 소개될 <셀마>는 마틴 루터 킹과 운동가들이 흑인의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벌인 셀마에서의 거리 행진 투쟁을 담은 작품이다. 이 험난한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존 레전드와 커먼의 <글로리>가 엔딩곡으로 흘러나올 때 전율을 느끼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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