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적절히 드러내고 적절히 감추는 고도의 심리전 <엘리펀트 송>
2015-06-10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크리스마스 즈음 한 정신병원에서 의사 로렌스가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병원장 그린 박사(브루스 그린우드)는 사건과 관계된 환자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로렌스 박사의 방에서 대면한다. 마이클은 정보를 캐내야 할 사람은 상대방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비교우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안다. 마이클은 비밀을 밝히는 대신 그린 박사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그것은 자신의 진료기록을 보지 말 것, 초콜릿을 줄 것, 그의 전 부인이자 간호사 피터슨(캐서린 키너)을 이 대화에서 배제할 것 등이다. 마이클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심문 상대다. 처음부터 그린 박사를 감정적으로 자극한 뒤 알쏭달쏭한 코끼리 이야기로 변죽만 울린다. 그린 박사는 마이클로 인해 자신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의 거짓말 속에 드러날 진짜 정보를 기대하며 심문을 계속한다.

<엘리펀트 송>은 의문의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 추리물이다. 극중 마이클은 적절히 드러내고 적절히 감추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그린 박사를 휘어잡는데, 마이클의 방식이 <엘리펀트 송>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관객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마이클의 수수께끼에 의지해 사건을 더듬어야 한다. 주로 말에 의존한 고도의 심리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캐릭터의 대결구도가 선명해야 한다. 그 적절한 사례는 <양들의 침묵>(1991)의 한니발 박사와 클라리스 요원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한니발 박사와 당찬 클라리스 요원은 말없는 대면만으로도 긴장감을 유발했다. <엘리펀트 송>은 어떤 면에서 <양들의 침묵>의 역할 관계를 역전한 것처럼 보인다. 자비에 돌란은 마이클을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그린 역의 브루스 그린우드는 연륜으로 자신의 마음을 적절히 감추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이클에게 흔들리는 속내를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환자가 의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설정을 통해 역전된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주는 재미도 있다. 겉으로는 로렌스 박사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이뤄진 심문이지만 그 과정에서 마이클의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그린 박사가 가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영화는 사건이 종결된 뒤 그린 박사와 피터슨 간호사가 각각 이사장과 면담하면서 진술하는 형식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종결된 사건과 현재를 부드럽게 연결하면서도 사건을 추리해가는 맛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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