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장난기 가득한 상상력과 장르를 비트는 유희 정신 <도쿄 트라이브>
2015-06-17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도쿄에는 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성 가득한 ‘트라이브’들이 있다. 그중에는 ‘무사시노 사루’처럼 평화를 외치는 곳도 있고, ‘부쿠로 우롱즈’처럼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는 곳도 있다. 어느 날 부쿠로 우롱즈의 메라(스즈키 료헤이)는 무사시노 사루의 카이(영 다이스)에게 어떤 원한을 품고 그를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때마침 정체를 숨긴 한 소녀(세이노 나나)가 도쿄에 왔다가 부쿠로 우롱즈 일당에게 납치당한다. 과연 앞으로 도쿄 트라이브에는 어떤 사건들이 벌어질까.

<도쿄 트라이브>는 이노우에 산타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소노 시온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형식적 특징은 거의 모든 대사를 랩으로 들려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장면에 힙합 음악이 흐르는 것은 물론이며, 각 장면 사이에는 DJ가 등장해 랩으로 된 내레이션을 태연히 읊조리기도 한다. 또한 실제 래퍼로 활동 중인 영 다이스(Young Dais) 등이 출연해 ‘랩 뮤지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음악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도쿄 트라이브>의 독특한 색깔을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건 일관적으로 과장된 연기를 펼치는 등장인물들과 이들이 선보이는 비사실적 액션이다. 거대한 기관총을 물 뿌리듯 난사하는 것이나 주먹에 맞은 사람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건 이 영화에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탱크로 대로를 활보하거나 인간으로 가구를 만드는 엽기적인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맥락에서 <도쿄 트라이브>는 소노 시온의 진지한 면보다는 장난기 가득한 상상력과 장르를 비트는 유희 정신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결과적으로 즐거움이 아니라 피로와 허무를 안겨주는 건 이 유희 정신이 가벼운 농담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데다가 그 농담을 상영시간 내내 반복한다는 데 있다. 물론 모든 영화가 진지한 주제를 가져야만 하는 건 아니고 장난에는 장난만의 미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놓고 개연성을 무시하는 같은 패턴의 연출을 몇번씩 되풀이하는 순간 영화는 처음의 충격과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한다. 이런 과감한 시도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도 소노 시온의 힘이자 매력이라 볼 수 있겠지만 <도쿄 트라이브>의 경우에는 전복의 쾌감보다는 같은 농담을 반복하는 데서 오는 피곤만을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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