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마돈나>
뮤지컬 2014 <러브레터> 2010 <헤어스프레이> 2008 <이블데드> 2007 <뷰티풀 게임> 외
연극 2014 <노래하는 샤일록> 2011 <쿠킹 위드 엘비스> 2008 <이> 외
“명동에서 엄마랑 칼국수를 먹고 있을 때 임충근 PD님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의심부터 했다. 그런데 그날 바로 신수원 감독님까지 뵈었으니….” 권소현은 <마돈나>의 주인공 미나 역을 처음 제안받은 날을 그렇게 회상했다. 줄곧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해왔던 터라 갑작스레 찾아온 영화와의 인연이 얼떨떨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 공연하면서는 광대, 좀비처럼 코믹하거나 발랄한 역을 주로 했다. 그래서 정반대로 감정적으로 깊게 내려가보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미나를 연기하는 내내 자신이 얼마나 가슴 아플지를. 그만큼 미나가 처한 상황은 늘 최악의 최악이었다.
가슴이 커 ‘마돈나’라는 별명을 갖게 된 <마돈나>의 미나는 보험회사 비정규직 전화 상담원이었다가 화장품 공장 노동자였다가 성매매 여성이 된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했던 시선, 감내해야 했던 감정노동에 이어 그녀는 성적인 착취와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권소현이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나가 처한 현실은 무섭도록 험난했다. 그런 미나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권소현은 ‘미나는 어떤 사람일까, 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등의 질문을 400여개나 던지고 자답해보기도 했다. 촬영 한달 전, 신수원 감독과 리허설을 진행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최근에서야 진실을 말씀하시더라. 리허설해보고 내 연기가 영 아니면 그만하자고 말하려 했다고. 일종의 오디션이었던 거다. 감독님, 정말…. 하하.”
과격한 폭력에 피해를 입고 폭식을 하는 미나를 표현하기 위해 권소현은 8kg 가까이 몸무게를 늘렸고, 미나의 심정 변화에 따라 의상과 매니큐어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크게 신경쓴 건 미나의 감정이 자신의 일상까지 잡아먹지 않도록 늘 거리를 두는 일이었다. “촬영이 끝나면 현장에서 일부러 신나는 가요를 들었고 아주 크게 웃곤 했다. 영화 크랭크업하고도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곧바로 뮤지컬 <러브레터>를 했다. (눈가에 눈물이 슬며시 돌며) 그런데도 요즘 새삼 또 울컥한다.” 그만큼 권소현에게 진한 자국을 남긴 미나다. 동시에 미나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돼주었다. 올해 <마돈나>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칸에 다녀왔고, 차차 영화 작업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연기,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나고 싶다. 그리고 인간 권소현으로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