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어화>(2016) <협녀, 칼의 기억>(2015)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또 하나의 약속>(2013) <관상>(2013) 세트실장 <하녀>(2010) 미술실장 <요가학원>(2009) 미술실장 <미인도>(2008) 미술팀장
드라마 <한반도>(2012)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스틸이 공개됐을 때, 영화팬들 사이에서 한 차례 동요가 일었다. <장화, 홍련>(2003)과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크랙>(2009) 등을 연상케 하는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미술 때문이었다. 직접 만나본 한아름 미술감독은 서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공간에 대해서도 도면을 그려놓는, 철저한 설계자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한아름 미술감독은 <미인도> 미술팀장으로 첫 영화작업을 시작했다. 미술적으로 까다로운 사극과 시대극을 많이 맡아왔으나, 장르에 대한 선호에 그 이유가 있지는 않다고 한다. 감독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 “미술감독이라고 미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제2의 연출자처럼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그는 “미술도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 특히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같은 시대극의 경우 미술이 그런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했다. 공간으로 서사의 개연성과 논리를 더해주는 것”이라며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서사에 개연성을 보태어준 숨겨진 1cm들을 밝혔다.
“학교의 전사를 잡아가면서 디자인을 했다. 이 학교는 과거 일제의 숨겨진 연구소나 실험실이었을 거라고 전제했다. 공간 곳곳에 그 잔재가 있다. 교실 뒤의 사물함이나, 보건실의 배관 시설을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학교 자체도 큰 건물이라 많은 방이 있을 텐데,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은 한정되어 있다. 비밀스러운 공간을 감추기 위한 폐쇄적이고 막혀 있는 구조로 구현했다. 주인공들이 밖으로 빠져나올 때 풀숲에 아치형 기둥이 있지 않나. 그 공간은 실제 일제시대 때 진지였던 곳이다. 전부 서사와 연관이 있다. 소녀들이 교감을 나누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버려진 기계실은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공간 옆으로 설정했다. 물을 보내고 받는 공간은 모든 공간과 관계한다. 마지막에 보여지는 소녀들의 모습을 공간마다 투영하기 위해 물이라는 오브제를 계속 보여주려 했다.”
한아름 미술감독은 같은 학교 선배이자 <해무>(2014), <관상>(2013), <도둑들>(2012) 등을 작업한 이하준 미술감독과 함께 상상공작소라는 미술 프로덕션 업체에 소속되어 있다. 상상공작소는 이하준 미술감독과 한아름 미술감독을 비롯해 약 20명의 미술 스탭들이 소속되어 있는 프로덕션. “후배들을 양성하여 더 많은 미술감독들을 배출하고 싶다”는 그는 작품의 설계도면뿐 아니라 영화미술의 청사진을 그리는 멀리 보는 설계자였다.
수제 수첩
한아름 미술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수제 수첩.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수첩은 사라져가는 추세지만, 한아름 미술감독은 아직 기계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한다. 항상 소지하고 다니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자유롭게 메모와 드로잉을 하는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