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3년간의 휴식, 결코 헛되지 않았다
2015-07-07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나의 절친 악당들> 김형규

영화 2014 <나의 절친 악당들>

드라마 2015 <라스트> 2015 <사랑하는 은동아> 2014 <기분좋은 날> 2014 <쓰리 데이즈> 2013 <황금의 제국> 2009 <그저 바라보다가>

연극 2013 <나에게 불의 전차를>

“정년이 62살”이라며 씨익 웃어 보이는 이 남자, <나의 절친 악당들>의 창준은 ‘정직원’이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윗사람들 눈치만 적당히 보고 살아간다면 적어도 62살까지는 먹고살 길 보장되는 그 ‘정직원’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알지 못했을 거다. 정직원으로서의 안정된 삶을 보장받기 위해 정시 퇴근은 저만치 미뤄두고, 흙더미 한복판에 사람을 세워둔 채 포클레인으로 위협해야 하는 순간도 감수해야만 하는 게 자신의 운명이라는 점을. 때때로 조직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라면 여자라 하더라도 사정없이 헤드록을 걸어 내동댕이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윗분들이 시키는 대로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내다가 결국 지누(류승범)와 나미(고준희)의 반격에 무릎 꿇게 되는 창준은 어쩌면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굴복은 저항보다 쉬운 법이니까.

창준 역의 김형규가 <나의 절친 악당들>에 합류하게 된 건 주말드라마 <기분좋은 날>(2014)에 출연한 그를 인상 깊게 본 휠므빠말 이남희 대표의 추천 덕분이었다. 시나리오로 처음 접한 창준은 그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 정독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나의 절친 악당들>의 경우 정말 대본을 50번은 읽은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사실 나 혼자서 해야 하는 숙제였음에도 감독님에게 자주 여쭤봤다.” 창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임상수 감독의 대답은 두 가지였다. ‘다짜고짜 웃겨봐라’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러한 기질이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윗사람들의 명을 받은 창준이 누군가를 제압하기 위해 ‘백초크’를 사용하는 대목이다. “시나리오상에 한줄로 표기된 창준이의 역할은 ‘허당 조폭’이었다. 솔직히 백초크라는 기술이 멋있어 보이진 않잖나. 진지한 듯하면서도 허당기가 보이는 창준이라는 인물에 잘 어울리는 기술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범을 보며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이 스물네살 신인 배우의 실제 모습은 <나의 절친 악당들> 속 창준보다 지누에 더 가깝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보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는 의미에서다. 오디션에 숱하게 떨어지며 배우가 되길 포기할까도 싶었던 스무살 무렵, 김형규는 이루지 못한 꿈에 매달리는 대신 3년간의 휴식을 택했다. “범죄 빼고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3년간의 휴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후의 행보로 증명하고 있다. 드라마 <쓰리 데이즈>와 <황금의 제국> <기분좋은 날> 등을 거쳐 첫 상업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경험한 김형규의 차기작은 강형규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라스트>다. 어떤 작품을 맡건, “앞으로도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처럼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 배우의 무덤덤함이 어쩐지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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