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같이 드실래요?
2015-07-08
글 : 이예지
서울국제음식영화제

TV의 어느 채널을 돌려도 가지각색 요리를 선보이고 맛보는 바야흐로 ‘먹방’과 ‘쿡방’의 시대다. 이번엔 스크린으로 먹방을 즐길 기회다. 국내 최초의 음식 테마 영화제인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7월9일부터 12일까지 4일 동안 아트나인에서 개최된다. 올해 첫 포문을 연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클래식 레시피, 새로운 맛의 발견을 비롯한 7개의 섹션으로 이뤄져 있으며, 세계 각국 프리미어 작품과 고전을 포함한 30여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2015)

개막작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가와세 나오미의 신작이다. 가와세 나오미는 첫 장편 <수자쿠>(1997)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데뷔해 <너를 보내는 숲>(2007)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감독.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기도 한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일본 전통빵 도라야키의 속을 채우는 단팥소를 만드는 할머니 도쿠에와 가게 사장, 단골 여고생 등 가게에 모인 사람들의 상처와 교감, 치유의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는 팥이 단팥소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지켜보며, 우리의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뭉근히 끓고 있는 솥 속의 단팥을 정성스레 뒤적이는 도쿠에의 정성어린 손길은 영화 속 주인공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 한편도 따듯하게 보듬는다. <도쿄타워>(2007),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에 출연한 배우 기키 기린이 도쿠에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담뽀뽀>(1986)

클래식 레시피 섹션은 대표적인 고전 음식영화들을 스크린으로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의 거장 이타미 주조 감독의 <담뽀뽀>는 최고의 라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라면가게 여주인 담뽀뽀와 그녀를 돕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독창적인 스타일과 코미디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사에서 벗어나는 듯한 에피소드들도 절묘한 통찰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박음질해내는 천의무봉의 수작. 이외에도 희생과 나눔, 베품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198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바베트의 만찬>(1987)과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극 감독, 장국영 주연의 <금옥만당>(1995) 등 추억의 고전도 포진해 있다.

<포도밭의 후계자>(2011)

‘오이시이 일본’, ‘프랑스 구르메’, ‘맛있는 한국’ 세개의 섹션은 각국의 대표적인 요리영화들을 소개한다. ‘오이시이 일본’에서는 <심야식당>(2014), <카모메 식당>(2006) 등을 상영하며 영화 속 푸드 스타일링을 전담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가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프랑스 구르메’ 섹션의 국내 프리미어 작품 <포도밭의 후계자>는 와인 농장를 물려받을 후계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관리인의 아들의 갈등을 보여준다. ‘맛있는 한국’ 섹션에서는 KBS 방영 다큐멘터리 <누들로드>(2008)의 이욱정 PD의 신작 <요리인류-7편 요리한다 고로 인간이다>(2015)가 디렉터스 컷으로 스크린에서 첫 상영된다. ‘지속 가능한 밥상’에서는 현대사회의 식문화에 대해 성찰하는 다큐멘터리들을 소개한다. 올해 개봉한 <잡식가족의 딜레마>(2015)를 비롯해 <푸드 체인스-착취의 역사>(2014), <슬로푸드 이야기>(2013) 등을 상영하고, 음식의 사회학과 슬로푸드에 대한 토크가 진행된다. 홍석천 홍보대사를 비롯해 박준우 기획위원, 이연복 셰프, 박찬일 셰프 등의 음식 전문가들이 관객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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