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이런 쥐떼 본 적 있나요
2015-07-24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손님> 김병래 CG 슈퍼바이저

영화 <오피스>(2015) <손님>(2015) <분신사바3>(2014) <이별계약>(2013) <소녀>(2013) <5백만불의 사나이>(2012) <써니>(2011) <커플즈>(2011)

피리를 불어 쥐떼를 모는 남자의 이미지는 영화 <손님>의 출발점이었다. 이야기는 한국적 정서와 시대상에 맞게 각색됐지만 쥐떼의 이미지는 반드시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손님>의 숙제였다. 이를 총괄한 ‘디지털 스튜디오 2L’의 김병래 CG 슈퍼바이저는 수백 마리의 쥐떼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무시무시한 진풍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개월 동안 쥐만 바라보며 살았다. “한국 토종 들쥐와 실험용 쥐를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잃지 않는 쥐의 모습을 구현해야 했다. 혹여 관객이 혐오스럽게 바라볼 거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참고할 내용이 극히 적었다. 쥐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유튜브 영상과 <윌러드>(2003)와 <렛츠>(2003) 등의 할리우드영화를 참고했다.”

김병래 슈퍼바이저는 사실상 조련이 불가능한 수십 마리의 쥐를 모아놓고 세트장에서 거의 2회차 분량의 테스트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이 쥐가 있다는 상상을 하며 연기하는 장면을 촬영하면 그와 똑같은 앵글에 살아 있는 쥐를 풀어넣고 별도의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촬영 소스를 가지고 조명과 기타 세부적인 CG 컨셉을 결정했다. 실제 쥐떼와 씨름하며 찍은 촬영 소스를 가지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프로그래밍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쥐 한 마리의 에이전트를 만드는 과정, 즉 쥐 한 마리에 모든 AI 기능을 탑재하는 데만 3개월이 소요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이전트를 풀어놓고 명령을 내리면 스스로 행동 패턴을 선택한다. 수백 마리의 쥐떼가 각기 다른 변수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공정을 거친 쥐떼 화면은 놀라울 정도의 공포 효과를 안긴다. 수백 마리의 쥐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는 장면은 징그럽다기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또한 김병래 슈퍼바이저는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쥐떼 장면보다 두배가량 더 많은 장면을 작업했다. 전체 컷 수로는 쥐의 등장만 400컷 넘게 작업했으니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쥐뿐만이 아니라 극중 연기나 불이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CG 공정도 만만치 않은 노력이 투여됐다. 단지 “영화가 좋아서” 애니메이션, CF 회사, CJ 파워캐스트 등을 거쳤고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2008)를 시작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김병래 슈퍼바이저는 개봉을 앞둔 최근까지도 쥐떼 CG 작업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없었다. 최초나 다름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현재 작업 마무리 단계에 있는 <오피스>와 더불어 하반기에도 작업 스케줄이 이어져 있다. 앞으로도 그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면 한국영화의 그림이 풍부해질 것이다. 그와 같은 ‘손’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노트북과 외장하드

김병래 슈퍼바이저가 현장에 갈 때마다 반드시 챙겨가는 노트북과 외장하드. 이게 없으면 감독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그 안에는 4테라바이트 분량의 어마어마한 레퍼런스 콘텐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감독이 원하는 모습과 최대한 가까운 샘플을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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