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로마] 펠리니의 <카사노바>부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2015-07-28
글 : 김은정 (로마 통신원)
영화와 함께한 ‘티렐리’의 50년 역사 담은 책 <티렐리 50: 꿈의 옷장> 화제
코스튬하우스 브랜드 티렐리가 제작한 <테일 오브 테일즈>의 의상.

영화와 공연 의상을 제작해온 코스튬하우스 브랜드 ‘티렐리’의 50년 역사를 담은 책 <티렐리 50: 꿈의 옷장>(Tirelli 50: The Wardrobe of Dreams)이 화제다. 이 책은 움베르토 티렐리가 1964년 브랜드를 차린 이후 TV쇼, 연극, 공연, 영화 등을 위해 제작한 의상들을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움베르토 티렐리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카사노바>, 마틴 스코시즈의 <순수의 시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00년>,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에 참여한 100여명의 의상디자이너를 위해 의상을 제작했다. 티렐리의 의상들은 <순수의 시대>의 의상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피스쿠치,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앤 로스 등 15명의 디자이너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줬다.

움베르토 티렐리는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과 <레오파드>를 끝낼 무렵인 1964년, 영화와 공연 전문 의상실을 열 계획에 착수한다. 그 무렵 그에게는 재봉틀 두대밖에 없었으나 반세기에 걸친 노력 끝에 5천평이 넘는 의상 창고를 갖게 되었고 이곳에서 360만여점의 의상을 제작했다. 티렐리의 의상실 창고에는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손때가 묻은 릴라 데 노빌리 의상디자이너의 작품부터 <트로이>의 갑옷,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피 묻은 튜닉 등 많은 옷들이 남아 있다. 이 의상들은 ‘티렐리 아틀리에’라는 이름으로 루브르 박물관의 의상전과 피렌체의 피티박물관, 도쿄의 의상박물관, 스폴레토영화제, 뉴욕의 무빙이미지박물관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한편 <티렐리 50: 꿈의 옷장>에서는 티렐리와 의상에 대한 이탈리아 거장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어떨 때는 등장인물의 치마 길이가 시나리오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으며,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티렐리의 인상은 시골의 작은 의상실 아저씨 같았다. 소탈해 보이던 그가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일을 해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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