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범죄물과 할머니, 마약과 빵이라는 낯선 조합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2015-07-29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남편과 사별한 지 올해로 10년. 폴레트(베르나데트 라퐁)는 무료하다. 나이들면 품성이 너그러워진다고? 천만에. 폴레트는 꼬장꼬장하고 성질이 고약한 할머니다. 그녀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타 인종에 대한 혐오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손자 레오조차 흑인 사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동양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 바퀴벌레를 넣고는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거짓말을 해대기 일쑤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마약 밀매단 무리가 폴레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무리 중 한명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얘기를 들은 그녀는 갱단의 우두머리 비토를 찾아가 수익금의 10%를 받는 조건으로 마약 판매를 자처한다. 그러다 구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다른 마약 밀매단에 흠씬 두들겨맞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만둘 폴레트가 아니다. 폴레트는 과거 베이커리 운영 경력을 십분 살려 마법의 가루가 든 빵을 제조하기 시작한다.

범죄물과 할머니, 마약과 빵이라는 낯선 조합을 꾀한 코미디다. 잔혹하게 풀 수 있는 소재지만 그 주인공이 할머니라는 이유만으로 적당히 먹기 좋은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마약이 든 빵은 폴레트가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매개로 사용된다. 음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마스터의 성별을 바꾼 <심야식당>의 나쁜 버전을 보는 것도 같다.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깨끗하고 고결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밑바닥을 함께 구르고 때를 묻히는 것임을 영화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주로 TV시리즈에서 활동한 제롬 엔리코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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