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는 남자가 있다. 매일 국적, 성별, 나이를 넘나드는 남자, 우진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가구 디자이너로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구 판매점에서 이수(한효주)라는 여자를 만난 우진은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우진은 이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설레는 첫 데이트 이후 그는 잠을 자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진은 며칠간 보통 사람 같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잠이 들어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녀 곁을 맴돌던 우진은 용기를 내어 비밀을 밝힌다. 처음엔 믿지 않던 이수는 우진을 받아들이고,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가 시작된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남자’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영화라는 영상언어로 서사화하기는 쉽지 않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21인 1역의 캐스팅도 파격적이거니와 계속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관객도 한명의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 그렇다면 이런 설정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기에 적합한 장르는 무엇일까. 스릴러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가장 적합한 설정은 멜로일 것이다. <메멘토>(2000)의 주인공이 ‘시간성’의 자기동일성을 상실했다면, <뷰티 인사이드>의 우진은 자아의 연장인 ‘신체’의 자기동일성을 상실한 인물이다. 따라서 우진의 자기동일성은 신체가 아닌 내부의 감정과 사고에서 찾아져야 한다. 이를 투사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변함없는 사랑의 대상이다. 이러한 설정의 훌륭함은 기실 원작인 인텔&도시바의 광고 <뷰티 인사이드>에서 빌려온 것이다. 영화가 온전히 스스로 빚어낸 성취는 무엇일까. 매컷 화보 같은 한효주의 아름다움과 세련되고 팬시한 장면들, 가지각색 꽃다발 같은 배우들을 보는 것은 분명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러나 영화는 광고의 설정을 장편영화의 서사로 풀어내는 데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 별다른 사건이나 서사의 굴곡 없이 개성 있는 배우들과 예쁜 장면들을 나열하기 바쁘다. 결국 영화는 그들의 연애를 스케치하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모호한 에두름으로 끝맺는다. 잘 기획된 한편의 화보집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