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폴라의 성장담 <미라클 벨리에>
2015-08-26
글 : 윤혜지

벨리에 농장의 딸 폴라(루안 에머라)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집안에서 유일하게 음성언어를 쓸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부모가 의사와 성병 상담을 할 때든 섹스 중이던 동생이 라텍스 알레르기를 일으켜 쓰러졌을 때든 폴라는 가족의 모든 일에 관여해 세상과의 통역을 도맡아야 한다. 올랑드 전기를 즐겨 읽는 아빠 로돌프(프랑수아 다미앙)는 마을 복지에 관심없는 시장 후보에 맞서 시장 선거에 입후보한다. 선거 유세며 인터뷰를 돕는 일도 자연히 폴라의 몫이다. 일찌감치 철이 든 폴라는 가족 내에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불평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합창부에 입부한 뒤 폴라는 자신이 가창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폴라는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욕망과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폴라의 성장담을 큰 축으로 삼은 <미라클 벨리에>는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전하는 자녀교육 지침이기도 하다. 가족이 많은 부분 폴라에게 의지하고 있기에 청각장애인들의 사회성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건 지나친 해석이다. 벨리에 부부가 폴라의 파리 유학을 만류하는 건 통역 때문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걱정 탓이다. 어린애인 줄만 알았던 품안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일이 괴로운 건 모든 부모에게 마찬가지일 테니까. 폴라의 성장기는 일찍부터 가수로 파리에서 홀로서기한 루안 에머라의 실제 경험과도 맞닿아 있어 더 생생한 감동을 전한다. 루안 에머라는 <미라클 벨리에>로 제40회 세자르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프랑스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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