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 x cross]
[trans × cross]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015-08-31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암살교실> 출연한 강지영

아이돌 그룹 카라의 막내였던 강지영이 배우가 되어 돌아왔다. 지난해 4월, 약 6년간의 카라 활동을 접고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현재의 소속사를 만나 <지옥선생 누베>(2014), <민왕>(2015) 등 일본 드라마와 영화 <암살교실>(2015)을 차례로 찍으며 배우로 변신한 그녀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암살교실>에서 강지영은 문어 모양의 외계인을 암살하기 위해 3-E반에 파견된 세계 최고의 암살자 일리나 옐라비치를 연기한다. 원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고 한다.

-한국 일정은 오랜만이다.

=새롭다. 일본에서 활동한 지 1년 만에 첫 영화를 홍보하러 한국에 오니 꿈만 같더라. 울컥했다.

-카라로 활동했을 때 크고 작은 무대에 많이 서지 않았나. 그런데도 기자간담회가 새로웠나.

=팀에서 탈퇴한 뒤 처음 참석한 공식 자리가 아닌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행히 팬들이 많이 와주셨고, 기자들도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다.

-영화를 보니 원작 캐릭터와 잘 어울리더라.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아직은 어떤 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건 어렵다. 영화사에서 사무실을 통해 제안을 해주었다. 원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고 들어서 부담감이 컸지만 욕심이 났다.

-작품은 직접 선택하나. 아니면 회사와 함께 상의하나.

=평소 회사와 함께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등의 대화를 많이 나눈다. 작품 끝날 때마다 회사가 다음 작품을 추천해주면 그 안에서 선택하는 편이다.

-<암살교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일리나 옐라비치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출연 제안을 받고 서점에 가서 원작 만화책을 샀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더라. 일리나는 섹시하고 멋지다. 성격이 세고,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사용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원작처럼 섹시할 수 있을까, 내 색깔을 어떻게 반영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스미 에이이치로 감독이 특별히 주문한 건 뭔가.

=감정을 느끼는 대로 연기하라고 했다.

-어려운 주문이 아닌가.

=어려웠다. 의상이 짧고, 노출이 많은 까닭에 그 의상을 입으면 캐릭터로 변신하는 느낌이라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자세부터 바꿨다.

-일본어 대사가 부담스럽진 않았나.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한국어로 연기해도 어려운데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진 않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그만큼 배운 것도 많다.

-일본어로 대사를 할 때 어떤 부분이 어렵나.

=억양. 한 문장 안에서 굴곡이 많은 한국어와 달리 일본어는 굴곡이 적다. 평소에는 일본어를 완벽하게 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카메라 슛이 들어가면 긴장하게 된다. 연습할 때처럼 잘 안 되더라. 얼마 전, 회사 사람들에게 내 일본어 실력이 몇점인지 물어봤다. 산 하나를 넘고, 다음 산을 넘고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일본어 연습을 얼마나 했나.

=많이 연습하긴 했는데 러시아인 역할이라 감독님께서 외국인이 일본어를 하는 느낌이 좋다고 하셨다. 대사에 너무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라고 하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액션 신도 있던데.

=맡은 역할이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암살자라 인상적으로 등장해야겠다 싶었다. 서랍장에서 나와 발차기를 하는 장면을 몇번씩 찍은 것도 그래서다. 한쪽 발에는 운동화를, 또 다른 발에는 구두를 신은 채로 짧은 치마를 신경 쓰지 않고, 발을 열심히 찼다. 처음에는 발만 찍으면 어떻게 해, 하며 걱정했는데 완성된 버전을 보니 저렇게 연출한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액션 연습은 어떻게 했나.

=카라를 탈퇴한 뒤 런던에서 4개월 동안 연기 학교를 다니면서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도 배웠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춤을 열심히 춘 것도 운동신경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원래 연기를 하고 싶었나.

=카라 생활을 할 때 <카라의 이중생활>(원제는 <우라카라>)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찍은 적 있다. 그때 연기를 처음 했다.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표현하고, 그걸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 뒤, <사랑하는 메종~레인보우 로즈~>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는데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소속사인 스위트파워를 선택한 것도 일본 배우들이 많이 소속된 회사이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왜 내가 일본에서 활동하려고 하는지 궁금해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활동하든, 회사가 어디든 내가 하고 싶은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마침 배우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여서 더욱 좋았다.

-일본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뭔가.

=당시에는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 됐었다. 이번 홍보 활동처럼 ‘짠, 멋지게 성공했어요’ 하며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다.

-같은 회사에 소속된 배우 중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배우가 있나.

=사쿠라바 나나미(영화 <진격의 거인>(2015), 드라마 <미스 파일럿>(2013), <바람의 고개~은한의 부~>(2015) 등 출연.-편집자). 집이 가까워 스케줄이 끝나면 만나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연기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친구다. 그 친구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서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카라를 탈퇴한 뒤 런던으로 떠난 이유는 뭔가.

=런던으로 떠날 때 돌아올 날을 정해놓지 않았다. 공부도 하고, 재충전도 할 겸 무작정 떠난 거다. 그런데 회사를 만났고, <암살교실>이라는 시나리오가 정해지면서 4개월 만에 돌아왔다.

-런던에서 주로 뭘 하며 쉬었나.

=영어 공부도 하고 박물관도 많이 갔다. 공원에 가서 낮잠도 많이 잤고. 진짜 여유롭게 보냈다. 마치 배터리가 다 된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많이 쉬질 못해서인가.

=그런 시간은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5살 때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한번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룹 생활을 하다가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져보니 어떤가.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내가 카라에서 나오는 게 맞는 걸까. 한국에서 활동하면 좀더 쉬웠을 텐데 일본까지 와서 더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성취감은 온몸이 짜릿할 정도여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 모두 ‘어렵지, 힘들지’라고 묻는데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열심히 해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제 겨우 22살인데 성장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음, 모르겠다. 카라에서 막내여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룹 생활을 하면서 ‘너는 아직 어리니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아서… 성장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도 기회가 되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어느 나라에서든 내게 맞는 역할과 좋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거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코미디면 코미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코미디도?

=코미디를 하면 난리난다. (웃음) 코미디를 시켜주신다면 극장이 떠나갈 정도로 관객을 웃겨줄 수 있다. 꼭 하고 싶다. 차기작? 여러 작품을 검토하고 있다.

<민왕>

일본 출연작

배우로서 강지영이 일본에서 찍은 작품은 <지옥선생 누베>, <히간바나: 여자들의 범죄파일>(2014), <민왕> 등 드라마 세편과 영화 <암살교실>을 합쳐 총 4편이다. <지옥선생 누베>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으로, 귀신의 손을 가진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요괴를 퇴치하는 학원 코미디 영화다. 이 작품에서 강지영은 소유욕이 강하고 고집이 센 성격 때문에 인간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유분방한 캐릭터 유키메를 연기했다. 배우 호리키타 마키가 출연해 화제가 된 <히간바나: 여자들의 범죄파일>에서는 과학수사연구소의 천재 연구원을 맡았다. <민왕>은 총리 아버지(엔도 겐이치)와 대학생 아들(스다 마사키)이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강지영은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여대생 무라노 에리카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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