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창환] “셀러브리티 기반의 다양한 사업이 큰 의미 지닐 것”
2015-09-02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 SM타운 더 스테이지 > 제작한 SM C&C 정창환 대표

“이 의자에 다들 앉아서 인터뷰했어요.”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홍보팀 관계자가 살짝 귀띔해줬다. SM C&C 정창환 대표의 사무실에 놓인 그 작은 나무 의자에서, <SM타운 더 스테이지>의 모든 출연진이 엔터테이너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솔한 생각과 말들을 나눴단다. 단순히 경영 일선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로드매니저로 SM엔터테인먼트에서의 업무를 시작해 음악을 만드는 A&R 부서, 공연 연출 부서를 두루 경험한 정창환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에게 이 나무 의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 엔터테이너들이 어떠한 노력과 고통의 과정을 경험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온 그는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SM타운 더 스테이지>(8월13일 개봉)의 제작을 맡았다. 지난 2012년 SM C&C의 이사를 맡은 이래 드라마와 예능 제작, MC와 연기자, 개그맨들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해온 그와의 만남을 전한다.

-<SM타운 더 스테이지>의 제작을 맡았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어떤 방향성을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욕심이었다. 요즘은 연예정보프로그램도 많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수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있다. SM의 경우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의 준비 기간이 상당하다. 어린 시절 SM에 와서 계약을 하고, 보통 4, 5년 동안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그들 모두 자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간들을 여기에 투자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톱’의 자리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걸 지키기 위해 해야 하는 힘든 노력들이 있다.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대중이 좀더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공연 영상 중간중간 가수들의 데뷔 시절 모습을 삽입했다. 특히 엑소와 레드벨벳이 첫 무대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영화에는 안 나왔지만, H.O.T.의 예를 들고 싶다. 나도 이 자리에서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아티스트들의 경우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하겠나. H.O.T.의 경우 숙소에서 매니저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어떤 질문을 던지더라도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기까지 수없이 많은 연습을 했다. 자다가도 “너의 꿈이 뭐니”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다. 무대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려면 정말 ‘그냥’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떨리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도록 수많은 준비 과정을 거친다. 그런 모습들을 더 많이 담고 싶었는데 일부만 들어간 것 같아 좀 아쉽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의 이런 모습을 통해 지금의 그들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으면 했다.

-‘SM타운 라이브’의 무대 규모가 어마어마하더라. 아무래도 이처럼 한 소속사의 아티스트들이 모두 출연하는 공연은 개별 아티스트의 공연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개별 아티스트의 공연의 경우 음반을 컨셉으로 해서 신곡 발표회처럼 공연하는 경우도 있고, 수십곡 가운데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해 공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SM타운 라이브’의 경우 SM의 모든 아티스트를 하나의 거대한 밴드라고 생각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그것이 다른 옴니버스 공연과 ‘SM타운 라이브’의 차이점이다. 우리의 공연은 한 가수가 두세곡씩 부르고 마지막에 모든 출연진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 옴니버스 공연의 기존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SM이라는 회사의 음악적 색깔이라든지 팀에 국한되지 않고 개별 아티스트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기획한다. 처음에는 SM 아티스트들도 이 방식이 너무 낯설어서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각 팀이 단독으로 공연할 때와는 또 다른 에너지를 ‘SM타운 라이브’에서 느끼는 것 같고, 이러한 방식의 공연을 흥미로워하게 됐다.

-영화에서 “이렇게 한 회사에 소속된 가수들이 모두 함께 투어를 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경우”라는 말을 했다. ‘SM타운 라이브’를 최초로 기획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SM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SM에 속한 개별 아티스트들의 경우 평소 그들 자신만의 브랜드를 열심히 프로모션하고 있잖나. 그들을 아우르는 SM이라는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했을 때 좀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SM타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더불어 소녀시대의 팬들은 소녀시대만 좋아하고, 동방신기의 팬들은 동방신기만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SM을 사랑하는 모든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함께 무대를 구성하는 멤버의 조합은 누가 정하나. 아티스트들이 직접 지원하기도 하나.

=그렇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도 샤이니의 민호와 슈퍼주니어의 규현, 동방신기의 창민이가 함께 공연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친구들이 평소에 워낙 친하게 지내다보니 함께 무대를 꾸리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해왔다.

-SM엔터테인먼트에 재직하던 시절, H.O.T.와 동방신기, 보아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공연 연출 책임을 맡았다고 들었다. 공연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그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공연 연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공연과 음악을 듣고 보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SM이라는 음악회사에 지원했는데, 관련 분야의 경력이 없던 터라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니저뿐이었다. 로드매니저로 일을 시작했지만, 공연과 음악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가지고 있었고, 회사에서 기회가 주어져 공연 연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내 마음대로 큐시트를 작성하는 일도 있었다. (웃음) 하지만 그렇게 독학으로 공연 연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연출가 집단에 몸담았다면 신경 쓰지 못했을 미묘한 차이를 포착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공연과 전혀 관계없는 책이나 CF, 영화, 소설, 예능 혹은 사람들과의 대화 가운데서도 유니크한 요소를 발견하면 그걸 공연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다.

-‘SM타운 라이브’의 공연 연출을 준비하면서 특히 영감을 받은 무언가가 있다면.

=역시 다양한 요소들로부터 영감을 얻었겠지만, 엑소의 <늑대와 미녀> 무대 연출의 경우 그들의 음악과 안무로부터 직접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무를 형상화한 안무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 안무를 보면서 이 나무가 열대밀림 같은 공간에 위치해 있고, 그곳을 늑대들이 배회하는 공간으로 형상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무 도중 멤버들이 늑대처럼 뛰어가는 대목이 있는데, 그 대목은 조명을 줄이고 실루엣으로 표현하는 게 효과적일 거란 생각을 했고.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무대 뒤에서 직접 SM 아티스트들에게 안무를 지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대표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와 사뭇 다른 소탈한 모습이었다고 할까.

=뭐, 사람마다 이력은 다 차이가 있으니까. (웃음) 그냥 경영만 하는 대표들도 있겠지만 나는 매니저부터 시작해서 공연 연출, 콘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실무적인 분야를 경험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게 아닐까 싶다.

-<SM타운 더 스테이지>에서 이수만 SM 회장은 ‘앞으로의 미래는 셀러브리티의 세상이다’라는 말을 한다. 어떻게 보면 이 말은 장동건, 김하늘 등의 톱스타부터 신동엽, 전현무 등의 스타 MC, 김병만 등의 개그맨들이 소속되어 있는 SM C&C를 겨냥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한때 1차 제조업, CD나 LP를 제작해 수익을 올리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셀러브리티들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더 큰 의미를 지닐 것이라 예측된다. 지난 2012년 SM C&C도 그런 고민하에 설립됐다. 이전까지 가수를 매니지먼트하고 음반을 제작하는 일이 SM의 주 업무였다면, 이제는 콘텐츠 제작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는 고민을 하게 된 거다. 지난 3년 동안 드라마와 예능, 뮤지컬 등을 제작하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콘텐츠 제작에 있어 여러 제약이 있지만 SM C&C에 소속된 다양한 MC와 연기자, 작가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

-콘텐츠를 제작함과 동시에 그 콘텐츠에 투입할 수 있는 셀러브리티들을 관리하는 건 방송국의 업무와 유사하다. 혹시 독자적인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나.

=아직까지 채널 진출이나 인수에 대한 계획은 없다. 우리 회사의 이름 C&C가 ‘컬처와 콘텐츠’(culture and contents)를 의미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향후 몇년 동안 방송국의 성격이 많이 변화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콘텐츠 제작과 채널 편성을 방송국이 병행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편성의 기능이 더 강화된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콘텐츠는 SM C&C와 같은 콘텐츠 전문 제작회사들이 제공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외국에서는 이미 그런 방식의 역할 분담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보다는 콘텐츠로 승부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MC 매니지먼트에 대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신동엽, 강호동 같은 스타 MC를 어떻게 영입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신동엽씨는 SM, 그리고 이수만 회장님과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 SM이 지난 90년대 중반 방송 콘텐츠 제작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동엽씨와 일을 함께한 적이 있다. 다행히 영입을 제안할 당시 동엽씨가 어떤 회사에 소속된 상태가 아니어서 뜻을 모아 함께 일을 하게 된 거다. 강호동씨도 마찬가지로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가 SM의 MC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 계획을 듣고 함께 좋은 그림을 그려보자 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최근 SM C&C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어느 쪽인가.

=앞서 언급했던 셀러브리티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부가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도 나오는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처럼 다양한 요소를 합종연횡한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시도해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두편의 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고, 내년에는 네다섯편의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3년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고 드라마 작가들도 한명씩 계약을 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드라마 부문에서 내년쯤에는 결실을 맺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영화 콘텐츠 제작에도 관심을 두고 있나.

=언제라고 말씀드리기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영화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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