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
감독. 5년 전에 제작했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지난해 7월10일 대법원으로부터 제한상영가 최종 취소 판정을 받았고, 9월10일 개봉한다.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올해 상반기에만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감독 김명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감독 장건재), <살인재능>(감독 전재홍) 등 세편의 독립영화를 개봉시켰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3만5천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집계)을 불러모았다.
박광수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과 정동진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정석
인디플러그 대표. 상반기에 <후쿠시마의 미래>(감독 이홍기)와 <명령불복종 교사>(감독 서동일) 두편을 개봉시켰고, 최근 <오늘영화>(감독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를 배급했다.
“위탁 수행자가 선정한 48편 이외의 영화들은 유통 기회가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기준에 따라 48편을 선정할지 의문이다.” 올해 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을 새롭게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독립영화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은 영진위가 위탁 수행자를 통해 배급자와 상영관에 예술영화의 상영관 확보 비용과 일정 금액의 홍보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위탁 수행자를 통해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연간 최대 48편 이내에서 분기별로 최대 12작품 이내를 선정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예술영화전용관 15개관과 지역 멀티플렉스 10개관 등 총 25개관에 배급한다. 현재 한 단체만 위탁 수행자 공모에 접수한 까닭에 재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영진위는 “위탁 수행자가 선정되면 참여 극장과 배급할 작품을 결정해 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네21>은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인디플러그 김정석 대표, 강릉 신영극장 박광수 프로그래머, 김선 감독 등 독립영화인들을 모아 그들의 고민을 들었다. 그들은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이 실시되면 제작, 배급, 유통, 상영 등 독립영화의 모든 분야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씨네21> 올해 상반기는 어땠나.
=김정석_생존하면서 겪는 불편함이 유독 컸다.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이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으로 개편되면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영진위를 상대로 계속 싸워왔다. 함께 폐지될 줄 알았던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이 지난 4월7일 공고가 다시 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8월에 상반기 공고 결과가 발표나기까지 3개월이라는 공백기도 있었고. 인디플러그는 <후쿠시마의 미래>와 <명령불복종 교사>를 개봉시켰다. 상반기에 개봉했던 독립영화 중 손꼽을 만한 작품은 인디스토리가 배급한 <한여름의 판타지아>나 지난해 지원작이었던 시네마달의 <잡식가족의 딜레마>뿐이었다. 나머진 보이지 않았다. 이 현상을 쭉 지켜보면 영진위가 영화산업의 파트너로서 독립영화를 인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곽용수_올해 상반기는 딱 세편의 개봉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 공고가 늦어지면서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정산 문제 때문에 서둘러 개봉해야 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살인재능> 모두 4월 공고에 지원했는데 3개월 가까이 선정이 미뤄지면서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선정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6월에 개봉했다. <살인재능>은 지원작 선정이 거의 완료됐을 때 개봉해 가까스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선_<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2009, 이하 <자가당착>)는 9월10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그전에는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많은 도움을 줬고, 인디플러그가 배급을 하기로 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오랜 투쟁을 했던 까닭에 <자가당착>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친 영화가 없었다. 돈을 벌자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지만 제작 자체가 ‘마이너스 경제’였다.
김정석_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들여 어떻게 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것인가 같은 계산은 배급사가 해야 하는 거고, 감독은 영화가 관객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할 뿐이다. <자가당착>은 인디플러그가 감독이 5년 동안 만든 결과물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아주 적은 비용으로 배급하는 거다.
김선_미련한 선택이었지.
김정석_미래가 우리의 결정을 판단하겠지만 <자가당착>이 왜 이 시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고, 어떤 난관이 있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이 영화가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감독이 의도한 영상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요구하는 퀄리티에 적합하진 않다. HD 화질을 보여줘야 하는데….
김선_일단 화질이 구려.
김정석_감독의 의도가 아날로그처럼 보이는 거잖나. 하지만 모든 플랫폼들이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고 존중하진 않는다. 그들은 그들대로의 계산이 있기 때문에 그 계산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선택되지 않을 수 있다.
“진짜 독립영화의 위기다”
-<씨네21>_현재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은 한 단체만 위탁 수행자 공모에 접수한 까닭에 재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이 시행되면 독립영화 배급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나.
=김정석_영진위는 위탁 수행자를 통해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연간 최대 48편 이내에서 분기별로 최대 12작품 이내로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48편이 어떤 기준에서 나온 숫자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 독립영화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인가 같은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업은 산업이나 창작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추진된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실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길게는 십수년, 짧게는 수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들이 더이상 작품을 개발하거나 제작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게 된다. 상업영화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개성 강한 영화들도 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48편 안에 선정된 작품을 중심으로 배급하게 되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립영화들이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곽용수_영진위가 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립영화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실행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배급사는 라인업이 있고, 극장은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하지만 위탁 수행자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되면, 배급사는 배급사대로, 극장은 극장대로 라인업과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짜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어쩔 수 없이 상영을 해야 하는 까닭에 그들 나름대로 현실적인 고민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김정석_인디플러그가 배급하는 <들꽃>(감독 박석영)이 8월 발표된 상반기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영화를 포함한 10편이 6개월 안에 개봉을 해야 하는데, 10편이 동시에 개봉하지 않는 이상 10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반기에 남은 날이 9월부터 12월까지 네달, 약 16주밖에 안 된다. 내년 상반기에 개봉을 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들과 개봉 시기가 겹칠 수 있으니 독립영화끼리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한다. CGV아트하우스 라인업 영화는 굳이 인디스페이스 같은 단관 극장으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지만, 나머지 독립영화들은 인디스페이스 같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라인업이 몰리는 상황을 ‘정책적으로’ 만들어놓고 산업이니, 자본의 문제니 알아서 자율경쟁을 하라고 하는 건 제대로 된 지원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그 사업에 참여하는 25개 내외의 비멀티플렉스와 지역 멀티플렉스에 상영하면 되니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지원금을 가지고 사람들을 불러다가 시사회를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들의 역할은 필요 없어진다. 진짜 독립영화의 위기다.
박광수_예술영화전용관 역시 죽게 될 것이다. 현재 전국 예술영화전용관 대부분에서 매주 상영하는 작품이 대여섯편된다. 개봉 주차, 관객 반응, 객석 점유율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평일이나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최대한 공평하게 스크린을 배분하고 있다. 하지만 강릉 신영극장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분기별로 선정된 12편 이내 작품 중 매월 2편씩 매주 12회차를 빽빽하게 상영해야 한다. 요일 상관없이 프라임 타임(평일 저녁 7시부터 밤 10시 이전 상영이 시작되거나 주말 12시부터 상영 시작.-편집자) 상영과 주말 온관 상영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전국 예술영화전용관들이 같은 영화를 같은 시기와 시간대에 상영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그달의 개봉작이 그 두편만 있는 게 아니잖나. 위탁 수행자가 선정한 두 영화를 평일 프라임 시간대에 넣으면 외화를 포함한 다른 개봉작들은 프라임 시간대 대신 평일 낮 12시, 1시, 3시 같은 시간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영화의 배급사는 우리 극장에 프린트를 주겠나? 절대 안 준다.
“오해를 부르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씨네21>_극장 입장에서 지원금 4천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닐 텐데.
=박광수_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4천만원을 받는 것 말고는 돈을 벌 수 없는 사업이다. 사실 영진위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예술•독립영화전용관들이 재정 자립도가 낮고, 교차상영을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던데 설문에 응한 사람들이 멀티플렉스 관객이더라. 멀티플렉스 극장의 교차상영과 단관인 예술•독립영화전용관의 그것은 개념이 전혀 다른데 말이다. 우리가 전회 상영을 안 해봤겠나. 해봤다. 전회 상영하면 관객이 늘어난다. 얼마나? 하루에 한번 상영했을 때 5명이 드는데, 서너번 상영하니 7, 8명으로 늘어났다.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단관 극장의 교차상영을 멀티플렉스의 그것과 같은 뜻으로 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 역시 교차상영이나 마찬가지다. 한달에 두편 개봉하면 주말에 각각 세번씩 총 여섯번 틀거나 평일 프라임 시간대에 각각 한번씩 총 2회 트는데, 그게 교차상영과 뭐가 다른가. 그리고 김선 감독에게 궁금한 게 있다. 김선 감독이 만든 영화가 위탁 수행자가 선정하는 48편 안에 들어갔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 극장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그래서 김 감독이 만든 영화를 틀지 않을 거야. 그런데도 이 사업에 참여하는 25개 극장에 배급을 할 것인가.
김선_당연히 들어가야지. 감독의 가장 큰 목표는 다음 영화를 찍는 거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걸 시도할 수 있지만, 영화를 트는 방법이 이거 하나라면 이걸 선택해야지.
김정석_감독은 무조건 그 사업에 들어가서 개봉을 하자고 할 거다. 하지만 배급사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제작이나 배급에 있어서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네마달이나 인디스토리 같은 제작 능력을 가진 배급사들은 기존의 독립영화 제작, 배급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협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저예산 상업영화의 투자, 배급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하는 장편영화가 CGV아트하우스의 배급 라인을 통해 개봉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 그러면 우리가 무슨 자본이나 여력이 있어 비용을 회수할 수 있겠는가.
박광수_강릉 신영극장이 개관할 수 있었던 것도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이라는 든든한 정책 덕분이다. 그거 믿고 우리가 하고 싶은 프로그래밍을 시도할 수 있었다. 이게 사라지니까 극장의 생존이 불확실해졌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7주 가까이 틀었다. 이같은 장기상영은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지원금 없이는 7주 가까이, 아니 기본 3, 4주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관객이 안 들까봐 안달이 나니까.
김정석_가령 씨네큐브, 아트하우스 모모 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예술영화전용관들이 48편에 포함된 작품을 틀지 않겠다고 하면 그 작품이 상영될 수 있는 상영관이 얼마나 있겠나.
박광수_지역 멀티플렉스 10개관은 위탁 수행자와 영진위의 영업 능력에 따라 확보될 수 있을 거다. 나머지 15개관은 비멀티플렉스관으로 채워야 하는데, 8월 말 현재로선 우리를 포함한 최소 8개 이상의 극장이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영진위는 15개 극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김정석_비멀티플렉스관 조건을 바꾸겠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이라는 문구만 삭제해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박광수_위탁 경영을 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이 참여하게 될 수도.
김정석_결국 장사가 잘 안 되는 극장이 지원사업의 대상 극장이 될 수 있다는 건데, 관객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지원금을 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 결국 무엇을 위한 진흥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사업에 참여하는 48편을 배급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뿐이지, 많은 관객이 그 작품들을 볼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사실 관객이 많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지원금이 나오니까. 지금도 무섭지만 올해 이 사업을 보이콧한 극장이 과연 내년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더 무섭다. 그래서 이 대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우리가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는 걸 기록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박광수_지금 예술영화전용관 중에서 그 지원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극장들이 있다. 재정상태로만 본다면 우리도 그 지원을 받기 위해 그 사업에 참여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 지원금 4천만원을 받으나마나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지원금을 받으면 프로그래밍을 애쓰지 않아도 4천만원이 생긴다. 하지만 나머지 영화를 가지고 장사를 못한다. 근데 4천만원을 받지 않으면 우리가 해왔던 대로 온갖 공을 들여 4천만원을 벌 수 있다. 운 좋게 내년에도 살아남으면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낄 수 있잖아. 그때 지원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사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만약에 (곽)용수 형이 배급하는 영화가 48편 안에 포함돼. 그럼 용수 형을 욕할까. 안 한다, 욕할 이유가 없다. 또 하나의 배급 방식을 선택한 거니까. 전략적으로 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건데, 현재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독립영화가 돌파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이 있나? 없다고. 이 방식밖에 없다면 이걸 선택할 수밖에.
김정석_이같은 지원정책이 우리끼리 오해할 수 있는 감정이 들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있잖아. 서로 얘기를 안 할 뿐이지, 지금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박광수_예전에 영진위에 그런 얘길 한 적 있다. 대단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위탁 수행자를 선정해 배급을 하려고 하나. 영진위 국내 진흥팀에서 하던 사업이니 계속 맡아서 해라. 영진위가 내놓은 대답이 위탁 수행자가 더 전문가라고 하더라. (웃음)
김선_영진위가 더 전문가들이잖나.
박광수_그래서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제작, 배급, 유통, 상영 등 전 공정에 관해 영진위만큼 잘 아는 전문가가 누가 있나. 있다면 그 사람을 영진위에 취직시켜야지.
김정석_영진위가 직영하고,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이 프로그램 및 홍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인디플러스와 같은 방식을 쓰고 있는 거다. 영화를 진흥해야 할 기관이 위탁 수행자라는 하청을 앞잡이로 내세우는 것과 똑같다. 그들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씨네21>_위탁 수행자가 결정되면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사업이 본격화될 텐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정석_CGV아트하우스가 자본과 상영관을 앞세워 이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영진위가 진정한 영화진흥정책을 포기하면서 독립영화 제작, 배급, 유통에 종사하는 우리는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끝까지 싸울 것인가.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각자의 생존을 고민하는 단계가 왔다. 지금처럼 영진위가 영화진흥을 하지 않는다면 영화발전기금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
곽용수_제작사와 배급사의 입장에서 다른 방법을 찾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동료 독립영화인들에게 영진위의 새로운 사업에 동참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건데. 라인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박광수_신영극장은 멀티플렉스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극장이 아니다. 시설도 오래됐고, 지방극장이고. 스크린 독점 때문에 멀티플렉스에 걸리지 못하는 작은 영화들을 위해 우리 같은 극장이 만들어진 거다. 작은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데, 그 보루가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간다면 장렬하게 전사할 수밖에 없다.
김선_지금까지 영진위로부터 제작, 배급 지원을 대여섯번 받았다.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영진위가 하는 걸 보면 나 같은 종자가 앞으로는 나올 수 없겠구나 싶다. ‘영화진흥위원회’ 할 때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니라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영화다. 마음이라는 표현을 써서 ‘마음의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영진위라면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