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고산자, 대동여지도> 2015 <저널리스트>(가제) 2014 <영도> 2014 <디렉터스 컷> 2014 <국제시장> 2012 <연애의 온도> 2012 <신세계> 2012 <댄싱퀸> 2011 <오하이오 삿포로> 2011 <도다리-리덕스> 2011 <아이들…> 2009 <하얀 나비> 2009 <채식주의자> 2009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2008 <크로싱> 2004 <귀신이 산다> 2004 <하류인생> 1999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드라마 2015 <어셈블리> 2015 <너를 기억해> 2015 <식샤를 합시다2> 2014 <미생> 2013 <칼과 꽃>
세상 모든 이에게 손가락질받는 살인마에게도 아들이 있다면, 그의 삶은 어떨까. 영화 <영도>는 아비의 죄를 짊어진 영도의 수난기다. 드라마 <미생>의 성 대리로 이름을 알린 배우 태인호는 <미생>을 찍기 전에 영도를 연기했다. 그와 여러 번 작업해온 손승웅 감독은 각본을 쓸 때부터 영도 역으로 그를 염두에 뒀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의지력이 있고, 선한 얼굴 안에 남성성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제안을 받은 태인호는 “내가 이 인물을 소화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시나리오를 보고 또 봤다. 어느 순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태인호는 세상의 돌팔매질을 맨몸으로 맞는 이 인물에 기꺼이 투신했다. 25회차 안에 모든 분량을 찍으며 맨몸으로 밤바다에 뛰어들고, 맞고, 굴렀다. 육체적, 정신적 투혼을 강행하며 촬영한 그는 “빠듯한 예산과 일정이 오히려 궁지에 몰린 인물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나에 집중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정은 그의 연기 인생 자체이기도 했다. 부산의 한 극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영화사 전부를 리스트업했다.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작품 일정과 오디션 계획을 물었고, 달력에 빼곡히 표시해 시기가 되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발로 뛴 것은 물론이다. 한 영화사에 두번 이상 방문하여 프로필을 건넸다. 생계를 위해 바리스타, 주차장 요원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했고, 부산을 배경으로 한 독립영화 <도다리-리덕스> 등의 주연을 맡으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채웠다. 문턱이 닳도록 영화사를 드나든 성과도 있었다. <크로싱>을 시작으로 <신세계> <연애의 온도>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에게 전환점이 되어준 작품은 드라마 <미생>이다. 처음에는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지만, “선한 얼굴로 악역을 연기하면 흥미롭겠다”는 감독의 판단에 신입사원 한석율(변요한)을 괴롭히는 성 대리 역을 맡았다. 이후로 그의 삶은 달라졌다. 알아보는 사람과 팬이 생겼으며, 작품들도 들어왔다. 10여년 무명세월 끝의 보상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겸허하게 “그저 감사한 일”이라는 그다. 개봉을 앞둔 <저널리스트>(가제)에서 허무혁(조정석)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 유 팀장 역을 맡았고, 현재 촬영 중인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선 김정호(차승원)와 흥선대원군(유준상) 사이에서 지도를 차지하려는 김성일 역을 맡았다. 오랜 세월, 문을 두드린 끝에 결국 존재를 알린 ‘악바리’ 근성의 배우라고 하기에, 그의 얼굴은 참 곱다. 이런 상냥한 얼굴에 의외성을 부여하고 싶어 하는 감독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성 대리 이미지 때문인지 얄미운 악역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실제 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싫다. 술 먹고 노는 것도 싫고,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조직생활엔 맞지 않지. (웃음)” 그런 그에게 연기는 “끊임없이 고민할 거리를 주는 일”이다. “연기를 해야만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죽을 때까지 연기할 것”이라는 그의 연기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