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자기를 낳다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엠마누엘(카야 스코델라리오)은 아빠와 새엄마와 불화하며 사춘기를 보낸다. 옆집에 린다(제시카 비엘)가 이사를 오고,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그녀를 통해 죽은 엄마를 떠올리는 엠마누엘은 린다의 가정부를 자청한다. 엠마누엘의 가족은 그런 딸이 레즈비언임을 의심하면서 지켜보지만, 엠마누엘은 통근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클로드(아뉴린 바너드)와 연애를 시작한다. 한편, 린다의 집을 보던 엠마누엘은 우연히 린다의 아이가 인형인 걸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의 전반은 안정적인 리듬으로 스릴러로서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집과 직장인 병원을 오가는 게 전부일 정도로 엠마누엘의 생활은 단순하지만 비밀이 많아 보이는 린다를 등장시키고 두 여자 사이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한다. 거의 호러의 그것을 방불케 하는, 린다의 아이가 인형임이 밝혀지는 그 순간부터 <트루스 어바웃 엠마누엘>은 보란 듯이 낯빛을 바꾸고 린다의 기행들을 경험하는 엠마누엘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서서히 애초의 방향을 틀면서 드라마로 수렴돼간다. 문제는 이 과정이 (종종 드러나던 심해의 이미지처럼) 정확한 갈피 없이 떠다니는 느낌을 준다는 것. 엠마누엘이 죽은 엄마와의 기억을 이겨내고 자신을 죄인으로 모함한 린다를 끌어안아 상처를 씻어주는 과정은 분명 묵직한 감동을 안기긴 하지만, 스릴러에서 드라마로 오는 전환이 다소 성기게 이루어져 있어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난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