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강우석 감독, 할리우드 자본으로 <실미도> 찍는다
2002-03-18
글 : 문석

소니픽처스 100억원 투자, 한맥영화 제작, 전세계 개봉미국 소니픽처스+한국 한맥영화+강우석 감독=<실미도>.’ 국내 최초로 할리우드 메인스트림 자본이 전액을 투자하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할리우드의 소니픽처스가 투자하고 한맥영화가 제작하며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는 <실미도>가 그것. 그동안 국내 배급 라인업을 확보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한국 현지법인인 직배사가 한국영화에 투자한 선례는 있었지만, 미국 본사가 한국영화 예산을 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실미도> 프로젝트는 벌써부터 상당한 관심을 모은다.

북파 임무를 띠고 훈련을 받던 24명의 훈련병이 실미도를 탈출, 청와대로 향하다 영등포 인근에서 몰살된 1971년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예산은 대략 100억원 정도로 예상되나, 시나리오와 촬영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제외한 이 영화의 전세계 배급권은 소니픽처스가 갖게 되며, 한국 배급권은 시네마서비스가 갖는다. <실미도>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며 늦어도 올 가을에는 크랭크인될 계획이다. 올 겨울 또는 내년 봄까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5월쯤 개봉하게 된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먼저 개봉될 예정이며, 한국에서의 반응 등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배급된다.

이 프로젝트는 그 외양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투자사 소니픽처스와 제작사 한맥영화의 수익분배 방식이 할리우드의 관례 대신 충무로의 일반적 관행을 따랐다는 점. 투자사가 제작사에 일정의 제작비용만을 지급하거나 1% 내외의 수익지분을 보장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상례지만, 이번 경우엔 전세계 입장수입에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뺀 나머지 수익을 소니픽처스와 한맥영화가 50 대 50으로 분배하기로 했다. 소니가 한국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만큼, 향후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기 위해서라도 초반에는 제작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국내 배급을 직배사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아닌 시네마서비스에서 맡는다는 점도 매우 특이한 일. 본사에서 전액을 투자하는 작품임에도 한국 지사 대신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하게 된 것은 강우석 감독에 대한 ‘예우’ 필요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의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강 감독에게 자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작품을 연출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미국 본사가 제작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지난 3월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우석 감독은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실미도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건 내 영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자신이 이 영화를 통해 거둘 성과에 따라 이후 할리우드 자본의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부담스럽긴 하지만,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 때문에라도 공식화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성에 기반한 상업영화로 풀어낼 것이며, 전세계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적인 신파 코드는 철저하게 배제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건은 비주얼이나 액션보다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구상을 보여줬다. 촬영은 실제 실미도 또는 이와 유사한 섬 전체를 빌려 진행될 계획. 그는 “영화의 메인 롤은 4∼5명 정도이며, 아직 배우는 확정짓지 못했지만 설경구, 이성재, 박중훈 같이 나와 가까운 배우를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배우에게는 ‘캐스팅할지 모르니 미리 몸을 만들어놓으라’는 언질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실미도> 프로젝트는 3년 전 한맥영화의 김형준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한 영화를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제작비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평소부터 해외진출의 꿈을 갖고 있던 그는 “하늘의 별을 따는 심정으로” <와호장룡> 등 아시아영화 투자에 적극적인 소니픽처스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소니의 한국 지사인 콜럼비아 권혁조 대표가 한맥으로부터 받은 <실미도> 시나리오 초안의 영문판을 본사에 보냈고, 스튜디오의 최상부까지 참여해 이 프로젝트를 검토한 끝에 마침내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소니는 이 영화가 소재상 전세계의 모든 관객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형준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영화를 미국과 세계에 진출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이후 한국 제작자나 감독이 할리우드로 초빙돼 본격 할리우드영화를 제작하게 되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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