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만드는 사람
2015-10-02
글 : 이예지
사진 : 최성열
영화사 꽃 대표 최윤진

영화 <오피스>(2015) 각본, 제작 <소녀>(2013) 각본, 제작 <돈 크라이 마미>(2012) 투자진행 <용의자X>(2012) 제작책임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제작책임 <무서운 이야기>(2012) 투자책임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제작실장 <파주>(2009) 부제작투자 <눈부신 날에>(2007) 제작회계 <전설의 고향>(2006) 제작부장 <사랑해, 말순씨>(2005) 투자회계 <여섯 개의 시선>(2003) 제작팀

“실제 내가 사회생활에서 겪은 인물들을 바탕으로 했다.” <오피스>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최윤진 대표의 말이다. 그녀는 청어람, 명필름, 케이앤엔터테인먼트,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영화사 꽃을 설립했고, 그간 조직생활에서 본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포착하여 <오피스>에 녹여냈다.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한 캐릭터를 보고 누가 모델인지 대번에 맞히더라. 영화 속 ‘김상규 부장’이 혹시 자기를 모델로 했냐고 물으셨는데, 그건 아니다. (웃음)”

“<오피스>의 인턴 이미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내 모습”이라는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싸이더스 제작부로 들어갔다. “투자가 될 때까지 계약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생활비가 없어” 허망하게 첫 영화사를 나온 그녀는 영화사 봄의 마케팅팀 인턴으로 들어가 혹독하게 배우며 “이미례 같던 시절들”을 통과했다. 이후 <전설의 고향> 등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자신의 강점이 “기획서 쓰고 계약을 따내는 등의 데스크 업무”라는 걸 깨닫고는 청어람 기획실에 입사했고 이어 명필름 기획실로 이직, <파주> <마당을 나온 암탉> 등 기획제작에서 많은 부분 공을 세웠다. “당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예산이 마이너스 상태였는데, 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 플러스로 만들었다.”

기획실에 최적화된 인력인 그녀에게 숨은 창작욕이 발현된 것일까. 그녀는 김대우 감독의 시나리오 강의를 들으며 첫 작품인 최진성 감독의 <소녀>를 썼다. CJ에서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로 추진하자고 했지만, 3억원으로 영화를 만들 제작사가 없었다. “내가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즉흥적으로 영화사 꽃을 설립한 거다.” 배우들은 노 개런티로 촬영에 응했고, 영화사 꽃의 첫 작품은 무사히 세상에 나왔다. 조직생활 경험은 그녀를 차기작 <오피스>로 이끌었다. “‘현실이 공포다’라는 명제를 영화화하고 싶었다. 하루 중 제일 긴 시간을 보내는 회사라는 일상 공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무서운 곳이지 않나. 스릴러 세팅을 해놓되, 호러로 전이되는 믹스매치 장르로 각본을 썼다.”

작가와 제작자를 겸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 “김대우 감독이 제작자는 아이템으로, 작가는 화두로 작품을 시작한다는 가르침을 줬다.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은 좋지만, 병행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 하나의 정체성 때문에 다른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그녀는 차기작에서는 제작자의 역할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나 어떡해>라는 멜로를 제작하는 동시에, 작가로서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만드는 사람, 자신이 하려는 게 무엇인지 아는 그녀의 멀티플레이가 미덥다.

스마트폰의 메모 앱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적어놓는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불쑥 다음 장면이 떠오르고, 아침이면 꿈에서 본 장면을 적어내려가기 바쁘다는 그녀는 천생 창작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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