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와 감독이 영화를 놓고 갈등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영화에 대한 비전이 다를 경우 대개는 감독이 하차하는 수순을 밟는다. 9월 중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이 <갬빗>에서 하차했다. 촬영 일정이 지연되면서 와이어트의 스케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당시 하차의 이유였다. 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던 듯하다.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십세기 폭스와 와이어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올여름 조시 트랭크의 <판타스틱4>(2015)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폭스는 2016년의 주요 라인업인 <갬빗>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갬빗>의 운명이 와이어트의 손안에서 좌우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와이어트와 함께 일한 적 있는 스튜디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가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라면서 “스튜디오가 원하는 대로 찍느니 차라리 프로젝트에서 제 발로 나가는 게 더 쉬웠을 것”이란 얘기를 전했다. 와이어트의 에이전트인 브라이언 스워드 스트롬도 “이같이 큰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는 그들이 원하는 매우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프랜차이즈영화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작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을 흥행시키며 메이저 스튜디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와이어트는 안타깝게도 이후 여러 개의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차하는 일을 반복했다. 폭스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을 함께하려 했지만 무산됐고, 소니에선 <더 이퀄라이저>(2014)를 준비하다 하차했다. 루퍼트 와이어트가 떠난 <갬빗>의 감독직은 아직 공석. 채닝 테이텀과 레아 세이두가 캐스팅된 <갬빗>은 폭스의 계획대로라면 2016년 10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