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홀로 어른들의 세상에 맞서 싸우는 과정 <미션스쿨>
2015-10-14
글 : 김현수

<미션스쿨>을 제작하고 연출까지 맡은 강의석 감독은 고교 시절 교내 종교 자유 투쟁을 벌인 바 있다. 그는 제적에 이어 퇴학까지 당하고도 끝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청원해 퇴학 무효 소송을 냈고 대법원 승소를 이끌어냈다. 영화는 당시 강의석 감독이 학교 내 종교 자유 문제에 맞서 단식투쟁을 하면서 외롭게 홀로 버티고 버텨냈던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대학 입시 준비가 한창인 고3 수험생 교실이 한 학생 때문에 시끄럽다.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회장 바울(이바울)의 무단 점거 방송으로 인해 퇴학을 시킬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 바울이 방송반 마이크에 대고 전교생이 듣는 가운데 교내 종교 자유 보장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학교쪽은 바울에게 입학 당시 썼던 서약서를 들이밀며 기독교재단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길 강요한다. 하지만 바울은 성적을 빌미로 한 반강제적인 교리 배우기와 찬송가 부르기 등의 몇몇 잘못된 관행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하길 굽히지 않는다. 이에 학교쪽은 바울과 그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동조하는 선생님까지 모조리 내쫓으려는 속셈을 드러낸다. 급기야 친구들의 학부형까지 나서서 바울을 죄인 취급하기 시작하고 단식을 감행하는 아들의 수발을 들다 지친 엄마도 이제는 그를 믿지 않는다.

영화는 바울이 홀로 어른들의 세상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 오직 배우의 연기에 의존해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본명으로 출연한 배우 이바울은 단식 투쟁으로 핏기가 사라져버린 몰골까지 연기해낸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석 감독은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활동 등 시민사회운동에 투신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그는 여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다. 모두가 연대해서 싸우면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 구호보다 이 영화는 어찌됐건 혼자 싸워 이겼던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도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주변 상황은 충분히 묘사되지만 그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아야 했던 친구들, 혹은 지인들의 사연이 좀더 부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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