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필름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10월 열린 BFI 런던필름페스티벌의 한 포럼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필름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밝혔다. 영화와 TV, 게임 등 서로 다른 매체 사이의 창조적 기술 협업에 대한 논의가 오간 포럼에서 놀란은 얼마 전 70mm 필름과 일반 멀티플렉스용 두 가지 버전으로 개봉을 결정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헤이트풀 에이트>를 칭찬하며 필름의 상영이 대체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을 역설했다. 이어 <인터스텔라> 제작 당시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필요성만 증명한다면 필름이 여전히 선택 가능한 포맷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인터스텔라>를 70mm로 상영하자고 한 건 파라마운트의 아이디어였다. 파라마운트가 1년 전 더이상 필름으로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첫 번째 회사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의미심장하다. 스튜디오들은 (필름이) 상영의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여전히 필름으로 상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편 놀란은 <인터스텔라> 촬영 당시 아이맥스 포맷에 적합한 숏을 구상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회상하며 “좋은 숏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도전을 좋아한다”고 자신의 필름 사랑에 대한 이유를 짧게 언급했다. 동시에 그는 필름을 포기한 스튜디오들과 부딪치며 느꼈던 아쉬움도 함께 전했다. “스튜디오들은 스토리텔링이 모든 것을 능가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스토리텔링만큼 어떤 매체로 표현하는가가 컨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놀란은 “필름에 대한 경험은 좀더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디지털로 필름의 경험을 완벽히 변환하는 건 불가능하고 따라서 “필름만이 전달할 수 있는 질감과 특징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놀란의 신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필름에 대한 그의 확고한 애정에 미뤄 짐작하건대 차기작 역시 필름으로 촬영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