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시간이탈자> <거짓말> 2014 <소셜포비아> 2013 <미생 프리퀄> 2013 <관상> 2012 <남쪽으로 간다> <회사원> 2011 <별다방 미쓰리> <야간비행> 2010 <하녀>
드라마 2014 <제왕의 딸 수백향> 2013 <트윅스> <오로라 공주> <상어>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2> <돈의 화신> 2012 <대풍수>
김동명 감독의 <거짓말>은 가난한 현실을 비관하며 허언증에 빠져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다. 지독할 정도로 이중적인 허영 생활을 이어가던 아영(김꽃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위해 더 큰 거짓말을 미친 듯이 좇는다.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이 아영을 중심으로 짜이다보니 그녀의 애인 태호 역을 맡은 배우 전신환에게는 아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기능적인 캐릭터에 그칠 위험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 역할은 내가 꼭 해야 될 것”처럼 이끌렸다. 워낙 “다르덴 형제풍의, 건조하게 인간 심리를 파헤치는, 보고 있으면 불편해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과도 잘 맞았고 “그런 영화에서라면 어떤 역할이든 꼭 맡고 싶다”던 마음이 커서 소속사를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그런데 촬영장에선 감독과 PD, 촬영감독 그리고 상대배우까지도 모두 여자라서 종종 외로운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김동명 감독도 “진짜 태호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하기에 전신환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공감할 법한, 처음 상대를 좋아하게 될 때 드는 보편적인 감정을 떠올리려” 애썼다. 결국 태호는 “자기만족을 위해 베푸는 남자”이고, 아영과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이해해나갔다. “아영을 연기하는 김꽃비의 연기가 정말 예측 불가능해서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되겠다 싶어 차분하게 받아주려고 노력했다”고도 덧붙인다. 막연하기만 했던 캐릭터의 실체는 그렇게 서서히 ‘전신환다운’ 태호로 변모해갔다.
그의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관객은 잊을 수 없는 신체적 특징으로 바로 눈빛과 목소리를 꼽는다. 실제 인터뷰 육성도 나직하게 울리는 저음을 지니고 있어 시종일관 차분하다가 결국 같이 폭발해버리는 극중 태호의 성격을 드러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이송희일 감독도 <남쪽으로 간다>를 준비하면서 전신환을 두고 “눈빛만 보고 캐스팅했다”고 할 정도로 인상이 뚜렷하다. 역시 배우로서 좋은 무기라 할 수 있다. 대중에게는 <소셜포비아>의 장세민이라는 캐릭터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워낙 밤 장면이 많아서 안타깝게 그의 눈빛 연기를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다. <관상>의 신숙주 역할 역시 워낙 짧은 분량이라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송강호 선배의 연기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한재림 감독의 꼼꼼한 디렉팅”은 마음의 교과서처럼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란다.
대학교에서는 연극을 전공했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에 더욱 이끌려 졸업 이후에는 줄곧 영화 작업을 선호했다. 종종 선배들에게서 “드라마에도 계속 출연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지만 아직 “영화가 우선”이라고. 현재 촬영 중인 영화는 없지만 최근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 <시간이탈자>의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천천히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 서둘러 공백기를 메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조금 더 서둘러도 좋을 것 같다. 그의 눈빛 연기를 또다시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