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결혼평등을 위하여
2015-10-28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제15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
제15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 포스터.

서울LGBT영화제가 2015년을 맞아 그 이름과 기간, 장소를 바꿔 ‘서울프라이드영화제’로 새롭게 시작한다. 이제 LGBT라는 용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성소수자 그룹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인 프라이드를 전면에 내건 것. 올해의 개막작은 (영화제와 이름이 같은) <프라이드>. 1984년 영국 대처 총리 집권 당시, 광산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노동자의 파업을 돕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배척당하는 성소수자들의 사연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10월31일 핼러윈 데이에 개막식을 여는 서울프라이드영화제는 22개국 35편의 영화를 일주일간 선보인다.

‘핫 핑크’ 섹션은 결혼평등 제도화가 기운을 넓히고 있는 추세에 맞춰 ‘결혼평등과 파트너십’을 고민하는 영화들을 모았다. <리미티드 파트너십>은 1975년 미국, 깨어 있는 공무원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로 합법적인 동성결혼을 올린 리처드와 토니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결혼을 마쳤지만 미국 이민국이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아 무려 39년 동안 자신들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온 두 사람을 따라가는 절절한 다큐멘터리다. <러브 이즈 스트레인지>는 동시대의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인 아이라 잭스가 <라잇 온 미>의 동성애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간 신작이다. 39년 만에 어렵사리 결혼식을 올린 게이 부부가 돌연 종교적인 문제로 직장에서 해고당해 따로 살게 되는 이야기를 힘 있는 드라마와 따뜻한 비주얼로 담아냈다. 법적으로 사랑을 인정받더라도 사회적인 차별이 남아 있는 한 관계는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는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인다.

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생활을 비출 뿐만 아니라 신인감독들의 재기 넘치는 솜씨에 주목하는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은 14개의 장•단편영화를 소개한다. 드랙퀸 댄서와의 관계로 갖게 된 딸을 홀로 키우며 사는 여자의 삶을 흥겹게 그리는 기노스케 하라 감독의 <세레나데>, 형제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타이 징병제도의 모순을 꼬집는 김준표 감독의 <체커게임에서 이기는 방법>, 서울프라이드영화제의 지원제도 ‘프라이드 필름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소월길>, 배우 이영진의 연출작 <어떤 질투> 등이 상영된다.

‘월드 프라이드’ 섹션은 세계 3대 영화제의 퀴어 그랑프리 수상작 <프라이드> <그의 시선> <한여름밤>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동시대 퀴어영화의 경향을 제시한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 게이가 아닐까 하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멕시코의 에이젠슈타인>, 아이폰5S로 촬영한 비주얼로 선댄스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탠저린>, 게이 감독으로서 이성애자 축구선수들을 촬영해 퀴어영화의 영역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는 <풀보이> 등 아시아 바깥의 퀴어영화 화제작들이 한데 모였다.

영화제의 문은 <프리헬드>가 닫는다.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레즈비언 경찰 로렐은 자신이 죽은 후 경찰연금과 두 사람의 집이 연인 스테이시에게 양도될 수 있도록 힘쓰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뉴저지주 법원을 대상으로 투쟁을 감행한다. 실화인 이 이야기는 2008년 다큐멘터리에서 제작돼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줄리언 무어가 로렐 역을, 지난해 커밍아웃해 갈채를 받은 엘렌 페이지가 스테이시 역을 맡았다. 폐막작 <프리헬드>는 서울프라이드영화제의 김승환 프로그래머가 운영하는 레인보우 팩토리가 수입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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