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영화가 원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찾아낸다
2015-11-27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그놈이다> 이재덕 제작부장

영화 2015 <그놈이다> <명량> 2014 <나를 잊지 말아요> 2014 <킬러 앞에 노인>(단편) 2013 <친구2> 로케이션 담당

드라마 2015 <홍프로젝트>

윤준형 감독의 <그놈이다>는 1960~70년대 한국영화 속 공간처럼 고전미와 현대미가 이상하게 뒤섞인 배경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복수를 다짐한 장우(주원)의 분노와 정체 모를 살인마의 광기가 뒤섞이는 어느 부둣가 마을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다.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남매 장우와 은지(류혜영)가 거주하는 독특한 복층 구조의 집과 재개발을 앞둔 해안가 마을의 을씨년스러운 배경만으로도 스릴러 장르로서 <그놈이다>의 시작은 남다르다. 로케이션 헌팅을 전담했던 이재덕 제작부장에게 윤준형 감독과 미술팀이 원했던 배경 건물의 컨셉은 “2층 구조로 높은 곳”이었다. 영화 전체의 인상과 스토리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이같은 공간을 활용해야 했기에 이재덕 부장의 책임감은 막중했다. 그는 먼저 경남 창원의 고현마을에서 시나리오 설정에 부합하는 공간을 찾아냈다.

우리나라 미더덕의 약 80%를 생산하는 이곳은 해안가를 마주 보며 나란히 자리한 가게 거리와 인적 없이 썰렁한 대로변을 표현하기 좋았다. “영화 촬영이 마을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이장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한달 동안의 로케이션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언덕배기 재개발 지역은 살인자로 의심받는 마을의 약사 민약국(유해진)의 집과 함께 영화 후반부가 펼쳐지는 중요한 장소다. 사실 재개발을 앞둔 주택가는 국내 어떤 해안가 마을에서도 쉽게 구현하기 어려웠기에 실제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녹번동에서 따로 촬영했다. 이재덕 부장이 섭외에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장소는 한국의 의식주 문화에서는 보기 힘든 복층 구조의 사다리를 이용한 다락방집이었다. 윤준형 감독은 “방바닥을 통로로 뚫어 사다리로 내려가는 구조를 반드시 구현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결국 세트 촬영을 선택해야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공간이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섭외했기에 <그놈이다>가 장르영화로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

제작부 일을 시작한 지 3년째인 이재덕 부장은 사실 단역배우로 연기 생활을 먼저 시작하며 영화계와 연을 맺었다. 너무 작은 역할이라 출연 사실조차 부끄러워 밝히기 꺼려하는 그는 <친구2>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감독이 원하는 장소를 발견해냈을 때의 뿌듯함에 완전히 매료됐다는 그는 현재 이기홍, 오정세 주연의 웹드라마 <홍프로젝트>를 마치고 김성훈 감독의 신작 <터널>에 합류한다. 벌써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숨은 명소를 찾아낼지 기대해본다.

수첩

“영화 한편마다 한권의 수첩을 쓰게 된다. 촬영 첫회의 내용부터 촬영을 마칠 때까지의 모든 회의 내용이 수첩 한권에 담겨 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저장하는 것과 별개로 수첩에 헌팅 장소의 도면이나 컨셉과 동선을 그려넣어야 비로소 공간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수첩은 감독의 보이지 않는 목소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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