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2015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 <이웃집에 신이 산다>
2015-12-2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자신이 죽는 날을 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이 있다면 세상에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나는 걸까. 신은 과연 선한가.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죽음과 신이라는 인간의 두 가지 난제를 엮어 보여준다. 영화의 주된 재현 방식은 비틀기다. 이 영화의 신은 그동안 많은 재현물에서 상상한 신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신(브누아 푈부르드)은 엄청난 폭군이며, 가부장적인 가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늘 남편에게 주눅이 들어 사는 아내(욜랑드 모로)는 야구 중계를 보며 18개의 야구선수 카드를 모으는 게 낙이다. 10살 된 딸 에아(필리 그로인)는 조숙한 반항아다. 아버지의 폭압에 못 이긴 에아는 출입이 금지된 아버지의 비밀의 방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입력된 인간들의 수명을 인간 개개인의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자신의 수명을 알게 된 인간들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에아는 새로운 신약성서를 만들기 위해 6명의 사도를 찾으러 인간 세상으로 간다.

‘출아파트기’, ‘성도착자 복음’ 등 복음서를 패러디한 재치 넘치는 제목의 챕터로 이뤄졌다. 에아를 통해 6명의 사도의 삶을 차례로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무비인데, 여섯 사도는 사회에서 크고 작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다. 이는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이 <제8요일>(1996)에서 분명히 드러낸 변두리 인물에 대한 관심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형식이나 소재에서는 전작 <미스터 노바디>(2009)와의 관련성이 더 짙게 느껴진다. 에아를 중심으로 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것은 중요한 변화다. 2015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 여우주연상(필리 그로인)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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