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화] “덱스터 식구들과 함께 시각특수효과 전문업체로 세계 1등 하겠다”
2015-12-30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12월 코스닥 상장을 앞둔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 덱스터 대표 김용화 감독

가장으로서 김용화 감독에게 2015년은 뜻깊은 해였다. 올해 봄, 그는 노총각 딱지를 떼고 장가를 갔다. 그가 이끌고 있는 시각특수효과 전문업체 덱스터가 12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씨네21> 1032호 국내뉴스 ‘아시아의 디즈니를 목표로’를 참조할 것). <미스터 고>(2013)의 주인공 고릴라 링링을 시작으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2014)의 고래, 서극 감독이 연출한 <지취위호산>(2015)의 호랑이 등 여러 디지털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리고 1년 반 가까이 준비해오고 있는 신작 <신과 함께>가 내년 4월 촬영을 목표로 서서히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가정, 회사, 신작 등 세집(?) 살림을 하느라 하루가 짧은 김용화 감독을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지난 12월7일, 기업설명회(Investor Relation)가 열렸다. 투자자의 반응은 어땠나.

=투자 분야가 아닌 영화산업 관련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나. 특히 시각특수효과 전문업체가 상장한 사례는 없었다. 상장하는 게 맞는 길인지 의심도 많이 했고, 주변 사람들이 걱정도 많이 해주셨고, 시장 상황이 마냥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신 것 같다.

-상장을 준비하면서 조직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재정비했나.

=각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신경 썼다. 기업이 상장한다는 건 매 분기 발생하는 영업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공개된다는 것을 뜻한다. 덱스터가 하는 사업(시각특수효과)은 보통 짧으면 6개월, 길게는 2년 반이 넘어가는 까닭에 원가, 그러니까 아티스트가 일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이터가 필요했다. 아티스트가 투입됐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그래서다. 동물 크리처, 디지털 휴먼, 메커닉, 바다 등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영업을 열심히 해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해오는 것보다 기술개발(R&D) 같은 내실을 기르는 데 노력했다. 다행스럽게도 경험이 쌓이면서 중국이나 미국 슈퍼바이저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덱스터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회사 규모가 확실히 성장했더라. 아직 2015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를 상회하는 페이스인데.

=증권신고서에 제출된 그 재무제표는 올해 4분기 매출액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는데 4분기가 완전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숫자는 기입할 수 없어 4분기 실적을 제외해 제출했다. 또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많이 받았던 까닭에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덱스터는 3년 연속으로 받아 성장했으니 올해는 쉬고 가라’는 의미로 정부보조금을 받지 못했는데 그 금액을 제외한 영업이익이다. 재무 상황만 놓고 보면 외형적으로나 내실 면에서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한 셈이다.

-판매와 관리, 유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판관비가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건 단순히 회사 인력이 많아졌기 때문인가.

=물론 회사 인력이 많아져서 늘어난 부분도 있다. 그것보다는 중국의 완다그룹과 레전드홀딩스그룹으로부터 각각 1천만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 형식으로 받았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우선주인데, 보통주로 전환할 때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완다로부터 받은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았고, 레전드홀딩스 그룹으로부터 받은 상황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했는데, 전환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했다. 그게 판관비에 속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해외 출장이 많아졌다. 매주 회사의 많은 팀들이 중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판관비에 반영됐다. 또 지난 3년간 받아오던 국고보조금이 판관비를 백업했는데 올해는 그 지원금을 받지 못해 판관비가 늘어난 것도 있다.

-회사의 핵심은 디지털 사업부일 것이다. 올해 <몽키킹: 손오공의 탄생> <지취위호산> <구층요탑>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 등 중국 블록버스터의 시각특수효과를 맡은 건 덱스터에 어떤 경험이었나.

=중국 관객의 눈높이가 급속도로 높아져서 중국 투자•제작사가 시각특수효과업체에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 선점이 중요해 중국영화시장에 덱스터를 각인할 수 있는 확실한 작품을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할리우드보다 경제적인 가격으로 할리우드 못지않은 기술력을 보여준 덕분에 중국영화의 기술력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중국 투자•제작사는 덱스터 기술력의 어떤 면에 좋은 평가를 내리던가.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우리 스탭과 슈퍼바이저는 연출적인 마인드를 갖췄다는 게 장점이다.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해주는 게 아니라 감독의 입장이 되어 감독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해준다. 내가 슈퍼바이저보다 기술적인 이해도가 높을 수는 없지만 작업하다가 어려운 게 있으면 나한테 먼저 확인을 받아 연출적인 조언을 구하라고 슈퍼바이저들에게 요구한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고.

-어쩌면 그것이 덱스터의 DNA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 DNA를 갖출 수 있었던 건 역시 <미스터 고> 덕분인가.

=갑자기 <미스터 고> 얘기가 나오니 울컥한다. (웃음)

-<미스터 고>가 국내 흥행에 실패했지만, 한국영화의 특수효과 수준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신과 함께>를 준비하고 있는 프로듀서가 “김용화는 신과 저승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만들려고 이런 시나리오를 갖다줘?” 그런다. (웃음) <미스터 고>를 통해 굉장히 많은 걸 얻었다. 물론 흥행에 실패한 탓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말이다. 보통 기술력을 갖춘 특수효과 회사 10개가 한꺼번에 투입돼 리스크를 분담한다. 하지만 단일 회사가 22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영화를 만든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160여명의 덱스터 아티스트들이 고릴라 시각효과의 A부터 Z까지 모두 익히면서 하나씩 만들었던 경험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영화 10편을 해야 쌓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미스터 고> 이후에 수주가 들어온 프로젝트들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 내놓더라. <지취위호산>의 호랑이나 <해적>의 고래 크리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어내는 걸 보고 미국과 중국 슈퍼바이저가 ‘아시아에 고난이도의 크리처를 이렇게 빨리 만들어내는 업체가 있는 줄 몰랐다’고 놀라워한다. (웃음)

-덱스터가 작업한 크리처는 고릴라, 고래, 호랑이 등 살아 있는 동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크리처를 만들어내는 것과 생명체 크리처를 탄생시키는 작업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이다. 생명체 크리처가 훨씬 작업하는 데 오래 걸리고 난이도가 높다. 특정 분야만 잘해야 되는 게 아니라 시각특수효과 공정의 모든 파이프라인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가능한 작업이다. 가령 털도 규치적으로 휘날리는 게 아니라 신체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현재 덱스터 아티스트들은 엄청난 속도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신의 제작사를 운영하는 보통 감독들과 달리 시각특수효과 전문업체를 운영하게 된 건 <미스터 고> 때문일 것이다. 후반작업 업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을 계속 수주받아야 하는데 회사의 CEO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월 경상비가 10억원, 연 120억원이다. 올해 본사에 직원 50명을, 중국 지사에 70명가량 더 늘릴 계획이니 경상비가 더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책임감이 커질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가난이 싫어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이른 나이에 모두 이룰 수 있었다. 남은 인생을 이렇게 만족하다가 죽을 것인가. 내 선택인데, 도저히 그렇게는 못 살겠더라. 그래서 새로운 세운 목표가 덱스터 식구들과 함께 시각특수효과 전문업체로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이다. 분명히 여러 장애물과 허들을 맞닥뜨릴 것이다. 그걸 이겨내 아시아에도 이런 회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아주 불가능한 목표로 들리지 않는다.

=덱스터 주식을 좀 사서 그 말을 증명해달라. (일동 폭소)

-회사 대표로서 직원들 월급을 꼬박꼬박 줘야 한다는 걱정은 이제 안 하겠다.

=회사 설립 초기에 잠깐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의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아티스트들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국 현지법인인 덱스터 차이나는 중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나. 중국 프로젝트의 후반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전초기지인지, 아니면 콘텐츠 회사로서 중국 회사와의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현지법인인지.

=두 가지 역할 모두 한다. 콘텐츠와 특수효과 사업 모두 잘 운영해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디즈니 같은 종합스튜디오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한국에 있는 본사와 중국 지사인 덱스터 차이나의 역할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본사는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한 기지가, 중국 지사는 생산 기지가 될 것이다.

-중국의 메이저 투자•제작사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작품들이 좀더 진행되면 자세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 <신과 함께>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

=준비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이번에는 새로운 프레임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을 1년 가까이 준비해왔다.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캐스팅도 정리하고 있다. 배우 입장에선 6개월 반에서 7개월 가까이 시간이 드는 제작 일정이라 스케줄을 빼기가 쉽지 않은데 조만간 다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1부와 2부가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원작은 에피소드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영화는 원작과 많이 다른가.

=아니다. 원작과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나열되어 있는 에피소드를 하나의 축으로 모아 완결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1부를 보고 나면 2부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고. 시나리오는 1, 2부 모두 나왔고, 현재 프리 비주얼 작업 중이다. 인간은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원작의 메시지도 그대로 전달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저승에도 정의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저승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가 가장 궁금하다.

=판타지스러운 애니메이션 같은 비주얼은 아니다. 하이퍼 리얼리즘 같은 저승과 지옥을 보여줄 것이다.

-예산은 얼마나 투입되나.

=순제작비만 350억원.

-촬영은 언제 들어가나.

=내년 4월. 그래야 2017년 여름 개봉을 맞출 수 있다.

-올봄 늦장가를 갔다. 결혼하고 나니 혼자 살 때와 많이 다르던가.

=그동안 혼자서 많은 일을 해왔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내와 살아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영화 말고는 순수하고 순진한 면이 많은데 아내가 어떨 때는 엄마나 누나가 되어주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친구나 애인이 되어주기도 해서 감사하다. 처음에는 어리숙한 모습을 감추려고 했는데 4, 5개월 정도 지나니까 그게 안 되더라. 그래서 아내에게 ‘오빠가 영화 말고 다른 건 잘 못하니까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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