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실제와 거짓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조선마술사>
2015-12-30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환희(유승호)는 의주에서 활동하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다. 환희가 마술사가 된 데에는 어두운 과거가 숨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에게 학대당하며 마술을 배웠고, 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결국 누이 보음(조윤희)과 탈출했다. 어느 날 밤 환희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서 한 여인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을 본다. 여인의 이름은 청명(고아라)이다. 청명은 청나라의 왕자빈으로 간택돼 원치 않는 결혼을 할 운명이다. 그녀는 청나라로 향하는 길목인 의주에서 잠시 쉬어가던 찰나였다. 환희는 청명을 도와주려다 치한으로 오해를 산다. 청명은 은장도까지 꺼내 휘두르며 환희에게 저항하다 은장도를 잃어버린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사라진 은장도를 찾는다는 빌미로 매일 밤 만나 달빛 아래 사랑을 키운다.

김대승 감독이 <혈의 누> <후궁: 제왕의 첩>에 이어 다시 한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내놓았다. 두 작품이 피를 중심으로 한 암투가 중심이 됐다면, 이번에는 멜로가 주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의 사극보다는 현대 멜로영화, 특히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순도는 더 깊어졌다. 감독은 이전에 다룬 바 없는 10대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되살리는 데 공을 들인다. 영화에서 시연되는 첫 번째 마술은 3차원의 인물이 2차원의 그림으로, 그림이 다시 3차원의 인물로 바뀌는 마술이다. 이 장면은 청명이 환희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실제와 거짓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영화의 주조를 이룰 것을 예고한다.

전작에서 공간의 이면을 섬세하게 활용해온 감독은 마술이 이뤄지는 무대 밖의 공간을 서스펜스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긴밀한 협업으로 돌아가는 마술의 공간에서 협업이 틀어졌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이 무대 안팎에 늘 도사린다. 흥미로운 공간 설정에 비해 인물 설정은 전형적이다. 특히 악역으로 설정된 이들이 기능적으로만 사용돼, 스토리의 한축을 담당하는 스릴러가 별다른 힘을 받지 못한다.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의기투합해 만든 창작집단 원탁의 두 번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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