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연과 인연 사이를 오가는 두 남녀 <그날의 분위기>
2016-01-13
글 : 김현수

화장품 마케팅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수정(문채원)은 매사에 미지근한 남자친구 앞에서는 당차게 행동하지 못해 10년째 재미없는 연애를 반강제적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어느 날 업무상 중요한 미팅 때문에 부산행 열차에 탄 그녀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남자 재현(유연석)으로부터 성추행에 가까운 느닷없는 고백을 듣고 황당해한다. 스포츠 선수 에이전트인 재현 역시 업무상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던 중에 기차 안에서 우연히 수정을 만나는데, 그는 평소처럼 느끼하게 작업을 걸었던 것이다. 100%에 가까운 작업 확률을 자랑하는 밀당의 고수 재현과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으려 하는 철벽 수비수 수정 두 사람은 그때부터 우연과 인연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사건을 하루 사이에 몽땅 겪으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진심을 나누게 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라가는 <그날의 분위기>는 사랑에 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까다롭고 또 누구보다 열정적인 두 남녀가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걸리는 험난한 여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일종의 소동극이다. 문채원과 유연석 두 젊은 배우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관객이 원하는 만큼의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조재윤, 김슬기 등 코미디 감각이 뛰어난 조연배우들이 다소 느끼한 이야기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가운데, 배경만 뉴욕으로 바꾸면 영락없이 노라 에프런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멜로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근사한 배경음악, 이를테면 레이첼 야마가타, 에드 시런 등의 팝송도 삽입되어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장르적 요건을 두루 갖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노라 에프런 영화 속 인물들만큼 캐릭터 사이의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어느새 일을 내팽개치고 오직 이야기 전개를 위한 작위적인 행동과 대사만을 옮기는 데 급급한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멜로 감정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대사로 진심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조금은 억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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