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마음을 들려주는 영화음악
2016-01-29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그날의 분위기> 김태성 음악감독

2016 <그날의 분위기> 2015 <도리화가> <검은 사제들> <오피스> <스물> <헬머니> 2014 <명량> <신이 보낸 사람> <한공주> <가시> 2013 <완전 소중한 사랑> <블랙 가스펠> <소녀> <감기> <힘내세요, 병헌씨> 2012 <타워> <점쟁이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코리아> 2011 <퍼펙트 게임> <특수본> <최종병기 활> <체포왕> 2010 <조금만 더 가까이>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회오리바람>

멜로영화는 때때로 음악이 배우이자 감독을 대신할 때가 있다. 배우와 함께 표정을 짓고 대사를 읊거나 심지어 편집보다 한발 앞서 감정을 이끌었던 많은 멜로영화의 O.S.T를 떠올려보자. 2014년 <명량>의 음악작업을 막 끝내고 “사람이 안 죽는, 힐링될 만한 작업을 하고 싶었”던 김태성 음악감독은 마침 <그날의 분위기>의 음악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한국판 <비포 선라이즈>라 부를 만한 감성을 지닌 영화”를 상상하며 “음악이 감정을 전달하는” 전체 음악 컨셉을 짜나갔다. 처음 보는 두 남녀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그날’의 풍경을 그린 이 영화는 김태성 감독이 “지금껏 작업했던 영화 중 가장 오래 걸렸던” 컨셉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경쾌하고 화사한” 로맨틱 코미디의 성격을 띠는 영화로 기획 방향이 수정됐다. 음악 컨셉 역시 전면 수정했다. 김태성 감독은 “마음을 굳게 닫고 있던 여자 수정이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되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장면을 채우기보다는 여유를 주려고” 노력했다. 영화 초반부의 음악이 “풍경묘사에 가까웠다”면 수정의 심경에 변화가 오는 후반부의 어떤 장면 이후에서부터는 음악이 영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레이첼 야마가타의 노래 <Dealbreaker>가 흘러나오는 기차역 장면은 그동안의 한국영화에서는 쉬이 볼 수 없었던 서정적인 장면이다. “많은 감독들이 노래가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적절한 선곡도 중요한 작업이었다.” 수정이 기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 장면을 비롯해서 엔딩 장면에서도 에드 시런의 노래 <Photograph>가 흘러나온다. 김태성 감독은 수백곡의 후보곡 가운데에서 “짙은 감정을 노래하는” 레이첼 야마가타 특유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과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면서도 록 베이스에 리드미컬한” 에드 시런의 곡을 신중하게 골랐다.

“한 사람의 음악감독뿐만 아니라 여러 이름 없는 작곡자들이 함께 주목받을 수 있는 영화음악 시장이 되길 바란다”는 그는 뮤직 에디터와 작곡가들로 뭉친 팀도 꾸려 후배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물론 개인 작업도 스케줄이 꽉 짜여 있을 만큼 바쁘다. “<씬 시티>처럼 스타일리시한” 조성희 감독, 이제훈 주연의 영화 <명탐정 홍길동>에서는 “1980년대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처럼 웅장함이 느껴지는”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아직은 제목을 밝힐 수 없는 멜로영화의 음악 작업도 준비 중이라니, 벌써부터 귓가가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그날의 분위기>를 작업하면서 “<멋진 하루> 같은 느린 호흡의 영화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참고 삼아 컨셉을 짰다”는 김태성 감독에게 영감을 줬던 건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사진이다. “<꽃보다 청춘> 이전부터 이 사진들을 모아놓고 영감을 얻곤 했다. 2월에 오로라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떠날 예정인데 관광객이 붐비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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