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헤이트풀8>의 새뮤얼 L. 잭슨,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이드리스 엘바, <컨커션>의 윌 스미스 등 호연을 펼친 흑인 배우들과 F. 게리 그레이의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라이언 쿠글러의 <크리드> 등 흑인 감독들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무색하게, 1월14일 발표된 각 부문 후보들이 죄다 백인들인 까닭이다. 영화인들은 속속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조지 클루니는 “10년 전엔 오히려 흑인 후보가 많았다. 지금의 아카데미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히스패닉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아직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흑인 배우들을 배제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카데미 시상식은 늘 백인 잔치에 머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을 연기한 데이비드 오예로워는 “지난해 <셀마>가 후보에 오르지 못했을 때, 아카데미 위원장 셰릴 분 아이작스와 인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맡은 배우 크리스 록 또한 “이번 오스카는 백인들의 잔치”라고 비꼬았고,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와 마이클 무어 감독 또한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셰릴 분 아이작스 위원장은 “후보들의 인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녀 또한 흑인이다. 그럼에도 SNS상에서는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 so white)라는 해시태그로 도배되며 비난이 진화되지 않는 가운데, 아카데미쪽은 1월26일 이사회 총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쪽은 시상식의 규칙을 수정해 작품상의 후보와 배우 부문의 후보를 추가하는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회원 종신제인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 규정 및 사전 투표제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회원을 영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