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울보> 2015 <조선마술사> 2014 <거인> 2014 <원나잇온리>
단편영화 2015 <면허시험> 2015 <윤리거리규칙>
드라마 2015 <앵그리맘>
웹드라마 2015 <도전에 반하다> 2015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여우 같은 아이. 김태용 감독은 장유상이 “‘여시’ 같아서 예뻐했다”고 말했다. “타고난 끼를 이용해 유연한 연기를 할 줄 안다”는 의미란다. 그의 ‘끼’를 가장 먼저 알아본 김태용 감독은 장유상을 <밤벌레>와 <거인>에 두 차례나 캐스팅했다. <밤벌레>에서 장유상은 한재(박수진)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훈을 연기했다. 선이 얇은 얼굴에 애달픈 처지까지 겹쳐 그 처연한 표정이 관객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는, 훈은 그런 청년이었다. <거인>의 민재도 다르지 않았다. 민재는 어떻게든 제 살길을 찾아보려는 형 영재(최우식)에게 집으로 돌아오길 종용하는 어리고 순한 남동생이다. 매몰차게 돌아서는 형의 등을 보며 울거나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하던 연약한 남자아이였다.
<울보>의 이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섭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냅다 울음부터 내고 마는 소년이다. 장유상에게서 본 가장 연약한 얼굴이다. 하지만 이섭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아이기도 하다. ‘날라리’ 하윤(하윤경), 길수(이서준)와 어울리며 이섭은 결핍을 채워나가려 노력한다. 이섭처럼, 장유상도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엔 제법 단단한 심지를 품고 있다. 김태용 감독이 말한 “끼”도 아마 그런 것이었을 터다.
그런데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의 무술 소년 광수와 <도전에 반하다>의 남공대를 보면 전혀 다른 얼굴이 장유상에게 있었음을 알게 된다. 드립커피가 뭔지 몰라 맷돌과 무명천으로 한약 짓듯 커피를 내렸던 광수와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꿈꾸는 ‘남자 중의 남자’ 남공대는 부드럽긴커녕 부담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엉뚱한 캐릭터였다(광수 역은 오디션 중 열심히 “허공과 싸워 힘겹게 얻은” 배역이다). <조선마술사>의 먹쇠도 시기와 야심을 감추지 않는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 배우가 정녕 이 배우가 맞나 싶은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교과서의 희곡 지문을 실감나게 따라 읽거나 까부는 걸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장유상은 고등학생이 돼서야 연극부에 입부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가 왜 좋냐는 물음에 “평범하게 사는 중에도 평범하지 않은, 극적이거나 흥미진진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게 재밌었다”고 답하는 모습만 보아도 ‘여우 같은 끼’의 바탕을 알 것 같다. 그 무렵 제1회 CJ영페스티벌 연극부문에 참가해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그 시간들이 장유상에겐 <데미안>의,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는 구절을 몸소 경험했던 때”였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간 홍대에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그때 같이 했던 친구” 중엔 가수 크러쉬도 있다).
김이설 작가의 단편소설 <세트 플레이>를 원작으로 한 장편영화 <세트 플레이>(감독 문승욱)가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방치된 소년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야비한 방식을 택해 살아남으려 하는 모습을 비추게 될 영화다. 장유상은 “<밤벌레>의 한재 같은 역할”이라고 자신이 연기할 (원작 중 이름인) 성철을 소개했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악의를 내비칠 캐릭터다. 아마도 성철까지 만나고 나면 장유상의 ‘끼’의 정체를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