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입니까? <이터널 선샤인> 재개봉은 ‘인생영화’ 다시 보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무려 30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개봉 당시 관객 동원수 11만명보다 훨씬 많다. 여기 <이터널 선샤인>과 견줄 만한 영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조제>)이 ‘인생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조제>는 2004년 개봉했다. 당시 10주간 장기 상영했다. 그렇게 5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겨우 5만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화를 본 관객은 영화의 여운을 쉽게 잊지 못했다. 팬들의 사랑은 그때도 지금도 열정적이다. 10여년이 훌쩍 흘러지만 말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관련 인터뷰 기사)의 <조제>가 3월17일 다시 관객을 찾는다. <조제>의 재개봉을 맞아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살펴보자.
1. 재개봉이 처음이 아니다 <조제>를 본 청춘들은 단숨에 츠네오(쓰마부키 사토시)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의 열혈팬이 됐다. 아쉬움은 남았다. 입소문은 퍼졌지만 극장에서 보지 못한 관객이 많았다. 2004년 개봉 이후 1년이 지난 2005년 늦은 가을, <조제>는 작은 규모로 재개봉(관련기사)했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됐다. 당시 이누도 잇신 감독과 여주인공 이케와키 치즈루가 내한해 관객들과 만났다. <씨네21>은 배우 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났다. 기자는 영화 속 ‘조제’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답했다. “조제는 잘 지낼 것”이라고. 관련기사 → 한국 찾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배우 이케와키 치즈루
2. 우에노 주리의 발견 <조제>를 본 남성 관객들은 어쩌면 이케와키 치즈루보다 우에노 주리에 더 시선이 갔을지도 모른다. <스윙걸즈>(2004) <거북이는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5) <구구는 고양이다>(2008)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2006) 이전에 <조제>가 있었다. <조제>에서 우에노 주리는 카나에를 연기한다. 츠네오와 미묘한 연인 관계였다. 유모차에 탄 조제와 싸우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3. 조제의 이름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서 나왔다 조제의 본명은 구미코. 그녀는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1년 뒤>라는 소설 속 주인공 조제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이름을 바꿨다. 사강의 소설은 <조제>의 전반적 분위기와 여주인공 조제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1935년 태어나 소르본대학 재학 중이던 18살 때 발표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조제>을 보고 나온 사람들 중 프랑스아즈 사강의 소설을 구입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영화 속에서 “사강~ 사강~” 하며 읊조리던 조제의 목소리는 쉽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영화의 원작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다.
4. 모던록 밴드 ‘쿠루리’의 영화음악 <조제>영화음악은 1996년 데뷔한 일본의 모던록 밴드 쿠루리가 맡았다. 영화와 함께 O.S.T.도 인기를 얻었다. O.S.T에 수록된 엔딩곡 <하이웨이>의 여운을 느껴보시길.
5. 조제와 미니홈피 지금은 기억도 아련한 싸이월드 미니홈피. 2004년에는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없었다. 오로지 일촌 파도타기 하며 옛 애인의 미니홈피를 훔쳐보던 시절이었다. 그때 미니홈피 프로필 사진에 <조제>의 팬들은 영화 스틸컷을 올려두곤 했다. 바로 이 사진이다.
2004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공개하고 그해 10월 개봉한 <조제>는 당시 20대 청춘들에게 잊기 힘든 영화다. <조제>의 인기와 더불어 그때 이누도 잇신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독이 됐다. 2006년에 개봉한 <메종 드 히미코>도 이누도 잇신이 연출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