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무브먼트? 연륜으로 감성을 붙들어 맨다”
2016-02-12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검사외전> 최운진 그립팀장

영화 2016 <검사외전> <인천상륙작전> 2015 <강남 1970> <연평해전> <극비수사> 2014 <화장> <군도: 민란의 시대> <차이나타운> 2013 <친구2> <더 파이브> 2012 <인류멸망보고서> 2011 <완득이> <아이들…> 2010 <포화속으로>

드라마 2016 <동네의 영웅> 2015 <처용2> 2015 <식샤를 합시다> 시즌2 2013 <식샤를 합시다> 시즌1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전직 검사 재욱(황정민)과 철부지 사기꾼 치원(강동원)이 비리로 뒤덮인 검사 출신 국회의원 후보를 상대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이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다. 영화 속 배경도 대부분 교도소, 검찰청, 법정인 만큼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의 영화일 것 같지만 이상하게 강동원이 등장할 때면 묘한 활력이 느껴진다. 최운진 그립팀장도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드러나는 영화가 아니지만 배우의 얼굴로 카메라가 들어가야 할 때는 관객이 강동원의 외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빙컨셉과 장비 세팅 전략을 짰다. “쉽게 말해 잘생기고 멋있는 걸 더 드러내기 위한 움직임에 주목했다”고 말하는 최운진 팀장은 법정 장면을 찍을 때 스탭들로부터 ‘감성달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일형 감독과 최찬민 촬영감독이 그에게 100을 기준으로 85 정도의 미묘하고 민감한 트래킹 속도를 요구했는데 그걸 해냈기 때문이다. “연륜 덕분이 아닐까. 그립 장비는 모션 컨트롤이 아닌 이상 모두 수작업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감을 믿어야 한다.”

그런 그가 20년 그립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2002년 ‘영화사랑’이란 회사를 차리자마자 맡았던 <살인의 추억> 때다. “범인이 논두렁 밑에서 튀어나와 지나가던 여자를 덮치는 장면을 찍던 날이었다. 미니짚을 이용해 카메라가 직접 배우 뒤를 따라가는 무빙이었다. 김형구 촬영감독이 나보고 직접 해보라고 지시했다. 남자 대역 배우가 카메라 앞으로 튀어오르는데 얼굴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봉준호 감독이 보더니 박수를 치며 만족해했다.” 이처럼 촬영팀과 그립팀이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관계를 형성해야 얻어낼 수 있는 현장의 마법을 오래전에 맛본 그는 여전히 영화 현장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립팀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젊은 친구들이 쉽게 도전하지는 않지만 “과거 할리우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비로 고생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고가 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또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었다”고. 그는 <군도: 민란의 시대> 때 부감숏과 로숏을 자유롭게 오가며 배우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스콜피오 헤드의 쓰임을 특히 기억한다. 좋은 장비가 무조건 좋은 장면을 얻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제대로 구현해내려면 일정 수준의 그립 장비는 필수다. 현재 그는 <이와 손톱>과 <인천상륙작전> 현장을 오가고 있다. 완성된 영화에는 그립 장비가 단 한컷도 등장해서는 안 되지만 그립팀의 수고가 없다면 영화는 단 한컷도 완성할 수가 없다. 그가 계속 영화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담배

평소 현장에서 작업할 때 항상 곁에 두고 쓰거나 아이디어에 도움을 받는 소품이 뭐냐는 질문에 최운진 팀장은 한참을 고민하다 “담배”라고 답했다. 스콜피오 헤드도 아끼고 사랑하지만 “현장에 나가면 담배에 많이 의지한다. 그립 장비를 설치하거나 치우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생각을 정리할 때면 언제나 습관처럼 물게 된다.” 담배는 20년 넘게 그와 현장 사이를 붙들어주는 그립 장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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