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이 준비중인 새 영화 <오원 장승업>(가제)의 장승업 역으로 최민식이 캐스팅되었다. “조선 말 화가 장승업의 객관적인 평가보다 그 작가의 내부를 찾아들어가 정신적 세계를 드러내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오원 장승업>은 임 감독에게 늦깎이 그림공부까지 마다하지 않게 만든 작품. 한 예술가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이어서 ‘장승업 역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하루는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과 임권택 감독이 장승업 역을 두고 “서로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을 이야기해보자”고 했고, 두 사람의 입에선 동시에 “최민식”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출연제의를 받은 최민식은 “연기자로서 임 감독님 같은 거장과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라며 흔쾌히 장승업 역을 받아들였다. “장승업의 생김새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수염이 듬성듬성 나고 썩 잘난 얼굴이 아니고, 눈동자가 유난히 노랗다고 전해진다.
선조가 무반이어서 거기서 오는 무인 같은 인상도 필요했고 어릴 때부터 고생을 무척 많이 한 만큼 언뜻 봐서 화가 같은 느낌보다 덜 지식인 같은 느낌이 필요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는 화가다움이 드러나야 하고 이 때문에 탁월한 연기력이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전설적인 풍운아 장승업 역으로 최민식을 선택한 임 감독의 변. 얼마 전 유바리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던 최민식은 현재 장백지와 함께 출연중인 <파이란>의 막바지 촬영에 여념이 없다. <파이란>이 끝나는 대로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긴 촬영에 들어갈 최민식은 “거장에게 배우겠다”는 각오로 임할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