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감옥에서 온 편지> 2016 <동주> 2015 <검은 사제들> 2015 <성난 변호사> 2014 <패션왕>
드라마 2015 <용팔이>
188cm의 껑충한 키에 담박하고 수수한 얼굴. 소탈한 차림새로 스튜디오로 성큼 들어온 민진웅은 “큰 키 때문에 험상궂은 역할을 자주 맡는다”며 웃어 보였다. 드라마 <용팔이>의 우직한 경호원 상철, <성난 변호사>의 투박하고 어설픈 용역 갑수, <패션왕>의 마초 두치에 이어 곧 개봉할 <감옥에서 온 편지>에서 특수부대 출신 살인청부업자를 맡았다는 그다. 그런 그가 <동주>에서 맡은 역할은 여태까지와는 다르다. 동주(강하늘)와 몽규(박정민)의 연희전문학교 동기이자, 쾌활하고 속깊은 친구 처중 역을 맡은 그는 “처중의 평범하지만 인간미 있는 모습에 끌려 지원했다”고 한다.
“동주와 몽규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순간은 연희전문학교 시절이다. 그 순간은 처중과 함께하며 만들어진 것이니 잘 고민해보라”는 이준익 감독의 말이 그에겐 숙제였다. “불행한 시대 속에서도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유쾌한 톤을 잡고, 동주와 몽규의 대립을 완충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가치관으로 대립하는 동주와 몽규 사이에서 두 마음을 다 헤아리고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실존 인물이었던 처중을 이해하기 위해 옛 신문들까지 검색하며 자료를 뒤졌다.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혀 형무소에 수감된 기록이 있고, 나중엔 월북했다는 자료도 있더라. 그 시대를 급진적이고 열성적으로 살았던 인물인 것 같다.” 극적 상상력을 쌓아 ‘처중’을 만들어낸 그는 <동주>의 대사에 북간도 사투리를 도입한 첫 배우이기도 하다. 몽규 역의 배우 박정민은 “원래 대본은 표준어로 되어 있었는데, 진웅이가 오디션을 볼 때 사투리를 준비해왔더라. 이후로 다들 사투리로 연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중도 함경도 출신이라 북간도와 비슷한 사투리를 쓸 것 같더라. 연극 <해무>에서 연변 출신 인물들을 연기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들에게 전화를 돌려 3일간 트레이닝을 받았다. 사투리 합을 맞추기 위해 정민이와 하늘이를 좀 괴롭혔다”며 머쓱하게 웃는다.
민진웅과 처중의 공통점은 뭘까. 시인 동주와 독립운동가 몽규와는 다른 처중만의 매력을 ‘평범한 인간미’에서 찾은 그는 자신의 미덕 또한 ‘평범함’이라 밝힌다. “사실 난 연예인 상은 아니잖나. 연기를 하고 싶어 법대를 그만뒀을 땐 나도 좀 특이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와보니 난 하나도 특별하지 않더라. (웃음) 내가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가장 큰 장점이 뭘까 고민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평범한 걸 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겠더라.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자고 생각했다.” 평범함은 성실함과 만났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는 2013년 졸업 연극에서의 연기로 현재 매니지먼트에 발탁된 후 <패션왕>으로 데뷔, 지금까지 5편의 영화와 1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평범함의 미덕을 믿는 그는 보편적인 이야기의 힘 또한 믿는다.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잘 담아낸 작품을 하고 싶다. 행복하고 즐겁고 아파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에 공감이 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