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내겐 엄마 집이 보물 창고
2016-02-26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오빠생각> 채경선 미술감독

미술감독 2016 <오빠생각> 2015 <스물> 2014 <상의원> 2014 <수상한 그녀>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011 <도가니> 2010 <조금만 더 가까이>

아트디렉터 2011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09 <토끼와 리저드> 2008 <숙명>

미술팀 2006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05 <살결> 2004 <효자동 이발사>

“세트 철거한 뒤 스탭들마저 다 떠난 자리에서 혼자 그곳을 한 바퀴 돌았다. 개봉까지 1년을 꼬박 바친 공간이라 쉽게 보내지지가 않더라.” 여전히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채경선 미술감독은 말했다. 여기서 ‘그곳’은 <오빠생각>의 야외 세트장이다. 그 아쉬움이 충분히 이해될 만큼 <오빠생각>은 공간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찍은 사진을 보면 색감이 맑고 예쁘다. 그 색감에 감동받았다. 그래서 미술 포커스를 ‘동심’에 두었다.” 태풍이 몰려올 한여름의 오픈 세트를 바깥이 환히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을 넣어 지은 건 과감한 결단이었다. 아이들 눈에 파란 하늘과 너른 들판이 잘 보였으면 했기 때문이다. 숙소는 1930년대 부산에 실재했던 이사벨 고아원의 디자인을 참고했다. “고아들을 돌보던 수녀님들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숙소에 이층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던 게 눈에 띄었다. 다만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이도록 침대들간의 거리는 넉넉히 두었다. 따뜻한 질감의 목재를 쓰고, 아이들의 크레파스 그림과 동화책을 함께 두어 사랑스러운 곳으로 꾸몄다.”

반면 갈고리(이희준)의 막사는 “당시 피난민들이 머물렀던 빈민가를 재현”했다. 이희준은 막사 세트가 만들어지기 일주일 전부터 현장을 찾아 채경선 미술감독에게 갈고리의 공간과 소품에 관해 수차례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일하는 동안 그런 배우는 처음 봤다. 소품도 꼼꼼히 챙기는 배우였기에 촬영 때 어떤 소품을 원할 것 같은지 미리 예상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뒀다. 그 예상이 맞아떨어질 때의 즐거움이 상당했다.”

그녀가 참여한 <상의원> <스물> <수상한 그녀>도 떠올려보면 공간과 소품의 존재감이 큰 영화들이다. 무대미술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소품에 대한 아기자기한 취향도 공간과 소품을 대하는 그의 애정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엄마 집이 보물 창고다. 수집 취미가 있으셔서 오만 소품을 모으시는데 갈 때마다 뭔가 하나씩 챙겨오게 된다. 내 작품의 공간에 엄마 소품이 안 들어간 영화가 없다.” 그래서인지 일하며 가장 아쉬운 순간도 “화면이 (공간과 소품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풀숏이 아닐 때, 소품을 활용한 장면이 편집됐을 때”라고. 아쉽게도(?) 다음 작품은 법정이 주무대이기에 그의 ‘귀요미’ 소품 취향을 눈여겨보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후를 기약해보자. “다음다음 작품으론 <스물>처럼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데! (웃음)”

벼룩시장 수집품들

“어딘가를 여행할 때마다 꼭 벼룩시장을 방문한다”는 채경선 미술감독이 최근 프랑스에서 구입한 소품은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피겨다. 피겨 뒤로 액자, 인형이 보이고 그 밑에 포장조차 뜯지 않은 책들도 있다. 일부러 포장된 상태로 보관했다가 새 작품에 참고하게 되면 그제야 포장을 푼다고 한다. “뒤늦게 포장을 뜯는 쾌감이 남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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