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년, 소녀의 순수한 마음 <순정>
2016-02-24
글 : 정지혜 (객원기자)

라디오 DJ인 형준(박용우)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옛 친구가 너무 보고 싶다”는 사연 끝에는 정수옥이라는 낯익은 이름이 있다. 편지를 받자마자 형준은 범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1991년 여름을 기억한다. 뭍에서 학교를 다니던 열일곱살 범실(도경수),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는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 수옥(김소현)이 있는 고향 섬마을로 돌아온다. 수옥은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오래 걸을 수 없는 수옥을 위해 아이들은 수옥에게 자기 등을 내밀며 업히라 한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범실도 수옥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한편 수옥은 하루빨리 다리 수술을 받아 완치되길 꿈꾼다. 하지만 수옥에게 희망을 준 마을 보건소 군의관의 말은 ‘희망 고문’이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범실은 분노한다. 게다가 수옥이 되레 자신을 나무라자 범실은 그것 때문에 또 화가 난다. 이게 발단이 돼 아이들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순정>은 소년, 소녀의 순수한 마음을 그린다. 다섯 친구들을 연기한 또래 배우들간의 합이 좋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에는 귀염성도 묻어 있다. <순정>은 과거의 추억담만을 현재로 불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어째서 뒤늦게 도착한 수옥의 편지에 눈물을 터뜨리는가가 보다 중요하다. 이 영화가 조금은 색다른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로 보인다면 그건 전적으로 친구에 대한 의심이 부른 참혹한 결과와, 그것이 현재로까지 이어지는 인물들의 죄책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색은 성인이 된 이들의 울음과 갑작스러운 해후로 바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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