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악기로 이야기하듯 작업한다
2016-03-04
글 : 이예지
사진 : 백종헌
<순정> 이지수 음악감독

영화 2016 <순정> 2015 <손님> 2014 <빅매치> <카트> 2013 <레드카펫> <톱스타> <이별계약> 2012 <마이 리틀 히어로> <건축학개론> 2011 <마당을 나온 암탉> 2007 <만남의 광장> 2005 <안녕, 형아> 2005 <친절한 금자씨> 작곡 2005 <혈의 누> 작곡 2003 <올드보이> 작곡 2003 <실미도> 작곡

드라마 2002 <겨울연가> 작곡 2003 <여름향기> 2006 <봄의 왈츠> 작곡

<순정>은 음악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영화다. 복고풍의 음악이 소품으로 빈번히 등장하는 한편, 소년, 소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때도 음악이 큰 몫을 한다. 이지수 음악감독에게 “자신 있는 장르와 감성”의 영화인 <순정>은, 1990년대 배경의 멜로영화라는 면에서 그에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음악상을 안겨줬던 <건축학개론>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순정>에서 <건축학개론>의 <기억의 습작> 같은 대표곡은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범실(도경수)과 수옥(김소현)의 ‘우산키스’ 신이다. “<Dust in the Wind>의 낡은 기타 소리는 영롱한 피아노 소리로 바꾸고 거친 보컬은 현악기의 울림으로 바꿔 정통 멜로에 입각한 악기 편성으로 변주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각각 범실과 수옥을 대변하는 역할로 사용한 것”이다. “우산키스를 할 때 피아노 선율로 범실이 수옥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설레는 마음을 전하고, 수옥이가 업혀 내려올 때는 현악기 선율로 응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서글픈 뉘앙스를 담아 표현했다.” 등장인물과 맞는 악기를 정해 “편집본을 보며 즉흥적으로 연주해보면서 곡을 만든다”는 그는 “악기로 이야기를 하듯” 작업하는 음악감독이다.

작곡가,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이지수 음악감독은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정통파’ 클래식 전공자다. 그의 음악에서 클래식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적극적으로 쓰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브람스가 되기를 꿈꿨던”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겨울연가>에서 피아노를 치는 배용준 대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선보인 곡이 감독의 마음에 들어 작곡가로 참여하게 됐고, 대학교 3학년 때는 <올드보이>의 <우진의 테마> 등을 작곡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실미도>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작곡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안녕, 형아> 음악감독으로 입봉했다. “클래식은 내가 어떤 곡을 쓰든 피드백이 적은데 영화음악은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대중과 교감을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수음악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엔 <아리랑>을 재해석한 《아리랑 콘체르탄테》 앨범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했고, 공연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장르를 교차하는 동시에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클래식과 국악과의 크로스오버 작업 위주로 개인 음악작업을 해나갈 생각이다. 영화도 장르를 넓히고 싶다. 기회가 되면 사극도 작업하고 싶고, 무겁고 센 스릴러도 도전해보고 싶다. 물론, 잘할 수 있는 멜로도 계속할 거다. (웃음)”

소형 건반

“10년째 들고 다니는 소형 건반이다. 지니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노트북과 연결하여 기록하곤 한다. 지방이나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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