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청춘이 직면한 어둠을 비추다 <글로리데이>
2016-03-23
글 : 문동명 (객원기자)

네명의 젊은이가 무리지어 거리를 내달린다. 그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경찰을 피해 달리고 있고, 흩어져 도망치던 중 한명이 뺑소니를 당한다. 꽤나 전형적인 청춘영화처럼 보이던 <글로리데이>는 돌연 컴컴한 밤 길바닥에 피 흘리고 쓰러진 이를 비추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용비(지수)는 해병대로 입대하는 상우(김준면)를 위해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한다. 입대 하루 전 용비는 엄마의 눈초리를 피해 몰래 빠져나온 재수생 지공(류준열), 실력은 한참 떨어지지만 아버지 ‘빽’으로 대학 야구팀에 입단한 두만(김희찬), 홀로 남겨질 할머니에게 차마 입대 소식을 말하지 못한 상우와 함께 포항으로 떠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가운데, 그들은 한밤중에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여자를 도와주다가 격렬한 몸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혈기 넘치는 친구들의 좌충우돌 소동극과는 거리가 멀다. 여행지에 도착해 바다 앞을 뛰어다니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 온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여정만 늘어놓는다. 영화 속 현재는 주인공들이 갇혀 있는 파출소, 경찰서, 구치소에서 진행되고, 그 이전의 과정은 플래시백으로만 붙였다. 네 사람이 무죄를 항변하다가 그들이 도운 여자가 경찰서를 찾아 엇갈린 진술을 할 때, 어느 편의 말이 진실인지를 놓고 게임이 벌어지지 않을까 문득 의심되는 순간도 있지만, <글로리데이>는 애초의 방향을 그대로 밀고 나가, 젊은이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착잡한 상황만을 우직하게 담는다. 결은 사뭇 다르지만 청춘이 직면한 어둠만을 올곧게 비춘다는 점에서, 제작을 맡은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1996)가 떠오른다. 찬란하다(glory)는 수식은 이 영화와 가장 먼 단어다.

<글로리데이>는 청춘이 표백되는 과정을 그린 청춘영화다. 윗선에 철저히 복종하는 공권력과 자기보다 나약한 이를 짓밟고 안위를 찾는 기성세대를 더 오래 보여준다. 그들을 나타내는 대사와 연기가 뻔하고 어색하다는 아쉬움은 뚜렷하다. 그러나 주인공보다 그 주변에 더 집중하면서, 청년이 어른에게 잠식당하고 점점 그들과 닮아간다는 절망을 보여주려는 신인감독 최정열의 뚝심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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