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숲속을 달리는 개구쟁이 친구들 <붕붕 달려라 깜이>
2016-03-2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모두가 가을걷이에 한창인 숲속 마을. 나무 상자를 더덕더덕 기운 수제 자동차를 몰며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개구쟁이 까마귀 깜이(남도형)다. 보잘것없는 카트를 타면서도 상상 속에서는 이미 최고의 레이서다. 마을 공동 양식을 관리하는 오소리 아줌마는 그런 깜이가 못마땅하다. 깜이가 카트를 몰다가 양식 보관 창고에 충돌하는 사고를 내자 참다 못한 오소리 아줌마는 ‘이기적인 아이’라며 깜이를 꾸짖는다. 깜이는 블랙베리 잼을 꺼내려다 설상가상 식량 창고를 무너뜨려 식량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실수를 저지른다. 때마침 마을에 나붙은 카트 경기 공고를 본 깜이는 우승상금으로 식량을 모을 요량으로 출전을 결심한다. 무쇠 다리 에디(서원석)와 만능 정비사 프랜시(김경희)가 깜이를 돕는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 경주라는 명확한 경쟁구도를 소재로 하면서도 딴전을 피우듯 경주를 홀대한다는 점이다. 그사이 드러나는 것은 대조적인 두 친구의 유사성이다. 깜이는 레이싱을 하고 싶지만 당장은 가을걷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경쟁자 리날도(이현)는 레이싱 선수 출신 아버지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정작 플루트를 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두 친구를 통해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벗어나 자아를 찾는 과정의 어려움과 기쁨을 그린다. 독일 작가 넬레 무스트와 삽화가 아네트 루돌프의 동화 <개구쟁이 레이븐> 시리즈가 원작이다. 왼발에 빨간색 줄무늬 양말을 걸친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인 레이븐은 ‘깜이’라는 한국어 이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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