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객관과 환상을 뒤섞은 재현 <아노말리사>
2016-03-30
글 : 송경원

고객 서비스 전문가 마이클 스톤(데이비드 튤리스)은 강연을 위해 신시내티로 향한다. 지독한 무기력과 외로움에 찌든 그는 프레골리 망상(자신이 만난 여러 사람들을 모두 동일인으로 인식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에 시달리고 있다. 고독을 이기지 못한 마이클은 프레골리 호텔에 머무는 동안 옛 애인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경멸어린 시선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른 목소리를 지닌 여인 리사(제니퍼 제이슨 리)를 만나고, 마이클은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들어 청혼을 한다.

이야기 자체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중년 남성의 황폐한 내면은 찰리 카우프먼이 전작들에서 꾸준히 반복해온 주제다. 마이클은 이기적인 남자고 그의 태도는 동정보단 짜증을 유발한다. 감독 역시 이를 굳이 변호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성인판 <인사이드 아웃>이라고 해도 좋을 이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은 권태에 찌든 중년 남성의 심리를 객관과 환상을 뒤섞어 재현한다. 이야기는 새로울 것 없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란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정확한 형태로 옮겨 담은 표현력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변칙이란 뜻의 ‘아노말리’와 여주인공 ‘리사’의 이름을 합친 제목 ‘아노말리사’의 의미 그대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란 익숙한 기법을 비틀어 전혀 다른 차원의 체험을 선사한다. 놀랍도록 섬세하고 사실적인 인형들은 리얼리티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동시에 어디까지나 인형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점이 독특하다. 모순적인 거리감, 감정이입과 객관화의 틈새에서 생기는 괴리감이 영화를 움직이는 진짜 동력이다. 경이롭고 효과적인 성취이자 애니메이션의 본질을 되짚는 흥미로운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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