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영화 맞으러 전주를 가야 한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 봄의 영화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4월28일부터 5월7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이충직 집행위원장 이하 프로그래머들은 3월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확장과 변화에 주력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독립과 대안’을 기치로 내걸고 정체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외 화제작을 조명하는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은 60여편에 달하며 45개국 211편의 상영작은 역대 최다 회차 편성이다. 동시에 올해부터 하나의 주제를 집중탐구하는 익스펜디드 시네마를 비롯한 밀도 있는 구성으로 깊이를 더했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야외상영장을 조성해 공간의 집중화를 시도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시네필을 위한 심도 있는 영화들과 함께 지역민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로베르 뷔드로 감독의 <본 투 비 블루>는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일생을 다룬다. 1960년대의 굴곡 속에 예술가의 초상을 촘촘히 녹여낸 작품으로 쳇 베이커 역을 맡은 에단 호크의 연기를 주목할 만하다. 폐막작은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 디렉터스 컷이다. 신작이 아닌 이례적인 선택에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1회 전주국제영화제 때 처음 상영된 작품이다. 17년의 세월을 넘어 전혀 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 초심을 되새기는 가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 전했다. 그 밖에 영화에 관한 영화를 모은 시네마톨로지, 급진적 이미지 탐험가 필립 그랑드리외 특별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영국문화원과 함께 준비한 셰익스피어 인 시네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외연과 내연을 고루 다진 영화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김승수 전주시장 겸 조직위원장의 당연한 인사말이 새삼 믿음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