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맞춤옷을 입히듯 완벽하게
2016-04-08
글 : 이예지
사진 : 오계옥
<대배우> 박은애 분장실장

영화 2016 <대배우> 분장 2015 <손님> 특수분장 2014 <기술자들> 특수분장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특수분장 2013 <표적> 분장 2012 <파파로티> 분장 2008 <강철중: 공공의 적 1-1> 분장 2006 <중천> 분장

드라마 2013 <아이리스2> 분장

<대배우>의 거장 감독 ‘깐느박’을 보면 어딘가 익숙한 옆태에 놀란다. 얼굴을 보면 배우 이경영이 맞는데, 언뜻 보면 영락없는 박찬욱 감독이니 말이다. 배우 이경영을 깐느박으로 탄생시킨 배경엔 박은애 분장실장의 손길이 있었다. 그녀는 깐느박의 탄생 비결이 “가발의 힘”이라고 말한다. “박찬욱 감독을 여러 각도로 보면서 연구했다. 구레나룻이 넘어간 모양은 어떤지, 머리숱과 새치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가발을 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조명감독님이 이경영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박찬욱 감독인 줄 알고 인사를 했다더라. (웃음)”

그녀가 공을 들인 건 ‘깐느박’뿐만이 아니다. 무명배우 ‘장성필’(오달수)은 대학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생활인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성필의 머리는 ‘파트라슈’의 베이지색 의상과 맞는 색으로 염색했는데, 구레나룻은 일부러 안 했다. 뿌리염색까지 깔끔하게 하면 멋내려고 염색한 것 같지 않겠나. (웃음)” 한편 성필이 출연하는 연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분장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어린이 연극이라 ‘파트라슈’ 얼굴을 귀엽고 친근하게 디자인하는 게 관건이었다. (웃음) 디자인을 20개 이상 만들었고 배우의 얼굴형에 맞춰 입체감을 살렸다.” 박은애 분장실장은 스스로를 “배우의 얼굴이란 도화지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표현한다. “1차론 시나리오의 인물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2차론 배우가 캐스팅된 후 배우의 특성을 접목시켜 옷을 맞춰 입히듯 디자인을 하는 거다.” 현장에 가면 그녀는 매 컷 분장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분장은 속눈썹 하나, 점 하나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는 정교한 작업이다.” 그녀가 완벽을 기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스크린 속 배우의 얼굴은 곧 나의 얼굴이다. 이러니 꼼꼼해지지 않을 수 있겠나. (웃음)”

어릴 적부터 ‘밥 로스’의 유화를 따라하던 그녀는 분장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현장에 뛰어들어 어느덧 15년차가 됐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특수분장도 시도했다. “분장실장으로 입봉했는데, 특수분장팀으로 들어간 걸 보고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하더라. (웃음) 나이, 경력과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조로증 소년 분장에만 5시간이 걸렸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후로 분장과 특수분장을 넘나드는 이력을 갖게 된 그녀의 차기작은 볼링영화 <스플릿>이다. “<스플릿>도 특수분장이 필요한 영화라 지금까지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스포츠영화인 만큼 거칠면서도 내추럴한 느낌의 이미지를 구상하고 있다.” 배우의 얼굴이 곧 자신의 얼굴이라는 그녀의 다음 얼굴이 궁금해진다.

“어떤 분장도 해낼 수 있는 신의 손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칭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박은애 분장실장의 손. 15년간 사용한 나이프도, 브러시도 있지만 분장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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