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4등>
드라마 2015 <풍문으로 들었소>
어설퍼서 놀랐다. 연기가 아니라 인터뷰와 사진 촬영 말이다. 정가람은 정지우 감독의 <4등>으로 첫 영화 데뷔를 했다. 재능이 넘쳐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자만하는 바람에 한순간에 추락해버린 비운의 수영선수 광수(박해준)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청소년 수영선수 광수는 연습을 마친 뒤 슬쩍 포장마차에 들어가 소주로 뒤풀이를 하고, 연습을 빼먹고 어른들 노름판에 끼어 놀다 들켜도 과히 민망해하지 않는 ‘까진’ 소년이다. 포장마차에서 만난 기자와 코치 앞에서 소주잔 대신 ‘글라스’를 내밀어 두 어른을 당황하게 만드는 패기도 남다르다. 그런 광수를 태연하고 능숙하게 연기한 정가람의 실제 모습은 그래서 더 놀랍다.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은 손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허둥댔고, 인터뷰를 할 땐 방황하는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과제가 주어졌을 때 “일직선으로 돌파하는” 점만큼은 광수와 꽤 닮아 있었다. 현장에선 내심 ‘잘해내야 한다’며 긴장했다지만 그것이 연기에서나 인터뷰에서나 강박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촌놈이라 그런지 처음엔 마냥 자신 있었는데 막상 부딪쳐보니 쉬운 게 없더라.” “부모님이 미리 짜두신 인생 플랜에 따라” 어문계열 학과로 진학했던 스무살의 정가람은 첫 한 학기까진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왜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게 연기란 걸 그때 확실히 안 거다. 하지만 밀양에선 기회를 찾을 수 없었다.” 정가람은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 홀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지낼 방은 부모님이 마련해주셨지만 생활비는 직접 벌어서 쓰기로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프로필을 찍고 기획사에 돌리면서 지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니 개인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카페 일을 그만두고 피팅 모델로 일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웃음) 그렇게 산 지 6개월 만에 소속사가 생겼다. 생각보다 빠르게 안착했다.”
그 뒤 첫 영화 <4등>과 첫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찍었다. 지금은 일이 적어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지만 “길게 가자”는 마음으로 “배우 연습”에 매진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운동까지 하고 나면 그때부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영화를 보면서는 배우들 연기를 따라 하고 책도 소리내서 읽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배운 것이 무척 많지만, (연기의) 역사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배우고 싶기에” 차차 연극영화과 입시도 준비할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긴장한 채로 “아직 무대인사도 매체 인터뷰도 너무 어색하다”던 정가람은 마무리만큼은 확실히 했다. “친구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회에 나가 뭐라도 시작할 나이잖나. 난 아직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부담도 느끼고 생각도 많다. 그렇지만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 하루아침에 잘될 생각은 안 한다. 꾸준히 오래 가고 싶다. 백세 시대 아닌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