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만 관객수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제가 된 <미인어>(감독 주성치)의 바통을 이어받을 작품은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엽문3: 최후의 대결>(이하 <엽문3>)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큰 주목을 받을 거라는 짐작이 많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디즈니의 <주토피아>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에서 ‘역주행’ 흥행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중국 극장가에서도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 3월4일 <엽문3>와 함께 개봉했을 때만 해도 <주토피아>의 점유율은 단 18%에 불과했다(<엽문3>의 점유율은 43%였다). 하지만 <엽문3>의 점유율을 조금씩 차지해가던 이 영화는 3월11일 드디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주토피아>의 선전은 또 다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된 것이다. 게다가 4월10일 기준 15억위안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남겼다. 가장 관객이 적은 비수기 시장인 3월, 위챗(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등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중국 극장가에서 장기 집권하게 된 <주토피아>는 <쿵푸팬더>의 아성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주토피아>가 이렇게 최고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성인 관객과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사이드 아웃>의 경우 성인 관객 위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반면, <주토피아>는 귀여운 동물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어린이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성인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스토리라인으로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주토피아>는 <서유기 대성귀래>와 <쿵푸팬더> 그리고 <몬스터 헌터>에 이어 애니메이션과 패밀리 무비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작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