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밀정> 2015 <4등> 2014 <국제시장> 2014 <신의 한 수> 2013 <밤의 여왕> 2013 <미나문방구> 2013 <사이코메트리> 2012 <어떤 시선>
키가 훌쩍 자란 덕에 못 알아볼 뻔했다. <4등>을 찍었을 때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니 벌써 2년이나 지났다. 중학생인 유재상은 <4등>을 촬영할 때보다 키가 “10cm나 더 자랐”고 볼살은 쏙 빠졌으며 소속사도 생겼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인터뷰 장소로 곧바로 왔다는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당분간 ‘방과 후 인터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수업 들으랴, 인터뷰하랴 입을 삐죽 내밀 법도 한데, 유재상은 제법 의젓하다. “전혀 피곤하지 않다. 공부하는 데 놓치는 게 있을까봐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누가 시켜서 한 말이 절대 아니다.
<4등>에서 유재상이 연기한 준호는 대회에 나갔다 하면 4등만 하는 수영 소년이다. 매일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들고 수영장에 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엄마(이항나)는 아들의 성적이 도통 나아지지 않아 실망스러워한다. 준호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이다. 정지우 감독이 준호 역에 유재상을 캐스팅한 건 “연기는 기본이고, 수영까지 잘하기 때문”이다. 만년 4등 선수인 준호와 달리 유재상은 초등학교 시절 청주시 수영 대표 선수였을 정도로 실력이 좋다고 한다. “주종목은 자유형, 부종목은 배영이었다. 충북 대표 선발대회에 출전해 2위를 한 적 있고, 시 대회에서 1등만 3번 했다. 4등? 몇번 해봤다. (웃음)” 수영 선수와 잡지 모델을 병행하다가 “모델보다는 배우가 수명이 더 길다”는 얘기를 듣고 연기를 시작한 뒤로, <미나문방구> <신의 한 수> 등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준호는 꼭 유재상을 위해 만들어진 옷 같다.
누구의 아역이거나 잠깐 얼굴을 내밀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 유재상은 이야기의 큰 축을 끌고가야 했다. 정지우 감독은 그에게 연기 선생님을 붙여주었다. “연기학원에서 많은 아역배우들과 함께 수업을 받다가 일대일로 지도를 받으니 어떻게 연기하면 되는지 많은 도움이 됐다.” 준호처럼 수영 선수였던 유재상은 준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코치 광수(박해준)에게서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를 맞은 뒤 아빠 회사로 도망가는 장면에 특히 “공감했다”고 한다. “맞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없으니까. 누구나 도망가고 싶어 하지 않나.” 맞는 말이다. 또, 준호가 광수에게 맞은 그대로 동생 기호를 때렸을 때도 “미안했다”고 한다. “촬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게 때렸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유재상은 준호를 정확하게 알고 연기했다.
유재상의 다음 도전은 <밀정>(감독 김지운)이다. “송강호와 잠깐 등장하는 어린 사환”이라고. 일본인인 까닭에 “4줄짜리 대사가 모두 일본어였다”며 직접 들려주는데 곧잘 한다. 이제 막 연기 걸음마를 뗀 만큼 욕심도 많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음,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당장의 바람은 따로 있다. “최근 늦은 시간에 잠을 자서 키가 안 자랄까봐 걱정이다. 185cm까지 컸으면 좋겠다.” 꿈도 참 야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