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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워킹 타이틀’ 영화들이 나름 롤모델
2016-04-21
글 : 송경원
사진 : 백종헌
<위대한 소원> 남대중 감독

아마도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릴 것이다. <위대한 소원>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위험한 코미디다. 동시에 자신이 꽂힌 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근래 보기 드문 뚝심과 개성이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5억원이 채 되지 않는 저예산으로 이만큼의 고집을 발휘한 것이 놀랍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입봉한 신인감독은 아직 덜 다듬어진 부분이 더 많지만, 그래서 왠지 기대가 된다. 남대중 감독을 직접 만나보니 한없이 가볍고, 병신 같아서 귀여운 청춘을 그린 영화와는 달리 차분한 답변과 신중한 태도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작가로 꽤 오래 일한 걸로 알고 있는데 감독 데뷔를 먼저 하게 됐다.

=영화전공은 아니다. 경제학과에 입학해 고시를 준비하다가 공부하라고 주신 돈으로 무작정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덕분에 아직 졸업도 못했다. (웃음) 작은 영화사에 제작부로 들어갔는데 막상 업계에 들어오니 내 생각과 달랐다. 2년쯤 지났을 때 혼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다시 8년쯤 지나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입선하기 시작하더라. <위대한 소원>은 14번째 장편 시나리오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연출까지 맡았다.

-배급사와 제작사가 남 감독을 과감히 발탁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 시나리오작가의 연출 데뷔가 낯설지 않은 분위기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직접 단편으로 연출을 해보고 싶어 아껴두고 있던 아이템이었는데 NEW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담당자가 장편으로 한번 다듬어보라고 권했다. 예산이 크지 않아서 맡겨준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단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첫 연출인데 어렵지 않았나.

=처음 5회차까지는 그래도 확인을 하더니 나중에는 마음대로 해보라고 맡기더라. (웃음) 19회차로 한달 정도 찍었다. 적은 예산이라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진 욕심부리지 않으려 했다.

-솔직히 웃음을 위한 무리수도 있다. 불편할 수 있는 장면도 상당하고.

=시사 직후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들었다. 성을 너무 가볍게 다룬 게 아니냐는 지적, 여성 비하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 강조하건대 절대로 그런 의도는 없었다. 10대 남자들의 무식함과 무모함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다. 영화에서 정상적으로 나오는 건 여성 캐릭터들이고 남자들은 뭔가 하나씩 모자란다. 그걸 재밌고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내 연출적인 역량, 전달력이 부족한 탓이다.

-<스물> 이병헌 감독이 카메오 출연한다. 연기 욕심이 넘치던데. (웃음)

=맞다. 예전에 시나리오작가와 연출자로 인연을 맺었다. 내가 영화 찍으면 밥차라도 쏘겠다기에 아예 출연해달라고 했더니 배우로 대해주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긴 대사와 함께 분장, 의상까지 요구했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 배우 모두 시나리오 읽고 마음에 든다며 한번에 캐스팅했는데 제일 어렵게 섭외한 배우다. (웃음)

-스탭들도 적지 않게 출연했다고 하던데.

=흥겨운 현장 분위기 덕인지 배역이 필요할 때 너도나도 자원을 하더라. (웃음) 개인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역할에도 캐릭터를 부여하려고 애를 썼다. 가령 갑덕(안재홍)의 누나 역할은 제작부 스탭이 맡았는데 안재홍과 아버지로 나오는 이한위 배우를 정말 닮았다. 보면 알 거다. (웃음)

-앞으로 어떤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가.

=휴먼 드라마.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웃음과 드라마의 밸런스가 잘 맞는 영화들, 예를 들어 ‘워킹 타이틀’ 영화들이 나름 롤모델이다. 언젠가는 ‘남대중 감독의 영화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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