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현실 재현이 아닌 영화적 상상으로서의 미술 - <시간이탈자> 이요한 미술감독
2016-04-29
글 : 이예지
사진 : 최성열

2016 <시간이탈자> 2013 <미나문방구> 2012 <마이 라띠마> 2012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 2011 <써니> 2008 <과속스캔들> 2008 <그 남자의 책 198쪽> 2006 <각설탕> 2006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2월29일> 2005 <공공의 적2> 2004 <분신사바> 아트디렉터 2002 <폰> 미술팀

<시간이탈자>는 1983년의 과거와 2015년의 현재를 오가는 스릴러로, 두개의 시대적 배경이 등장해 미술감독이 해야 할 몫이 많은 영화였다. 이요한 미술감독은 “과거의 학교 신들은 내추럴하고 따듯한 느낌으로 나무와 녹색을 사용했으며 현재의 경찰서 신들에선 모던하고 차가운 느낌으로 금속과 유리 그리고 검정, 회색을 사용하며” 각 시대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구성했다. <써니>의 미술감독이었던 그는 과거의 장면들을 고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고, 이번엔 현실 재현에서 한 발짝 나아갔다. “곽재용 감독님은 전체적인 그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이라 미술적으로 욕심을 낼 수 있었다.”

욕심을 한껏 발휘한 그는, 사실적인 실제 경찰서와 학교가 아닌 “근사한 경찰서”와 “예쁜 학교”를 만드는 데 치중했다. “경찰서에는 레이어를 많이 줬다. 어느 공간에서도 유리가 보이게 디자인했으며 각도를 기울여 반사되지 않게끔 했다. 경찰서의 모든 캐비닛은 갈색, 회색 등 여러 컬러로 칠했다. 몇초나 찍힐지는 모르겠지만 미적 욕심을 내고 싶었다.” 학교는 5개 학교 중 가장 예쁜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 7군데에서 촬영했다. “실제 학교보다 창을 크게 냈고, 나무 바닥을 깔고 4층 벽면엔 수작업으로 넝쿨을 붙였다.” 과학실엔 두 속성을 부여했다. “창가쪽은 로맨스의 공간으로서 화분, 넝쿨 등을 써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사건이 일어나는 반대쪽 공간은 해부된 동물 등을 배치해 기괴한 분위기를 줬다.” 뿐만 아니라 경찰서엔 초현실주의 작가 에셔의 그림을 걸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영화를 은유했고, 학교의 밤 장면엔 극중 윤정(임수정)처럼 흰옷을 입고 있는 여자 그림을 걸었다. “상징적인 그림들을 걸어 메타포로 활용했다. 이런 부분을 관객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그는 “사실, 실제로 이런 경찰서와 학교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와 다른 컨셉과 디자인이라도 영화 안에 진실성이 있다면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요즘 한국영화들에선 그런 미술적인 유연성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깝다. ‘영화인데 뭐 어때?’ 하는 생각도 필요하다. 현실을 똑같이 재현하려고만 하지 말고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다양한 미술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부터 채널 <AFKN>의 장르영화들을 보며 상상력을 키웠고, 회화과를 나온 그는 앞으로 미술적인 욕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SF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단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SF 시나리오를 받은 게 하나 있다. 한국영화에서도 유연하고 다양한 미술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깎아 쓰는 연필과 제작한 컵

“회화과를 나와서 그런지, 메모도 스케치도 연필로 해야 잘된다. 심을 깎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연필을 꽂은 컵은 직접 제작한 경찰청 컵인데, 영화 속 건우(이진욱)가 사용하는 컵이다. 물론 실제 경찰서엔 이런 컵이 없다. (웃음) 이걸 왜 만드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만들어야 한다. 이런 소품이 있을 때 훨씬 그럴듯해 보이지 않나. 이런 가능성들을 타협하면 안 되는 게 미술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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