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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니체의 초인 사상을 내 식으로 풀고 싶었다” - <초인> 서은영 감독
2016-05-05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너, 초인이 돼라.” 수현(김고운)은 도현(김정현)에게 말한다. 얼핏 괴상한 명령 같은 이 말은 사실 더없이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호의를 담고 있다. 서은영 감독의 데뷔작 <초인>은 ‘초인’이 되려 하는 소년과 소녀의 수평적 연대를 그린다. 거칠고 사나운 일련의 청춘영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섬세하고 청량한 영화다. <초인>을 보고 난 뒤 맑아진 마음으로 서은영 감독을 만났다. (김고운은 영화에서 수현과 세영 두 이름을 쓴다.)

-제목을 ‘초인’으로 짓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굿 윌 헌팅>(1997) 크레딧에 앨런 긴즈버그와 윌리엄 버로즈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있다. 비트 세대 작가들에게 구스 반 산트와 맷 데이먼이 바치는 경의의 표시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비트 세대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은 니체와 사르트르다. 그렇게 니체와 사르트르를 읽게 됐고, 니체의 초인 사상을 내 식으로 풀고 싶었다.

-‘초인’이라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초인>은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돼보자’고 이야기하는 소박한 성장영화다.

=거대한 철학을 논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 되는 정도로 충분한,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였으면 했다.

-체조 선수 도현과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소녀 수현은 어떻게 만들어진 캐릭터인가.

=처음 시나리오는 <이방인>의 뫼르소와 <데미안>의 데미안이 만나는 이야기였다. 아주 상반되는 성격의 캐릭터이지 않은가. 그게 영화 속 수현이와 세영이다. 수현이와 세영이는 원래 소년이란 설정이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문학에 집착하게 돼서 바꾸다 보니 수현, 세영은 소녀가 됐고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캐릭터인 도현이가 새로 들어왔다. 체조는 발산하는 운동 같지만 네모난 판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갇힌 운동이기도 하다. 그게 도현이가 느끼는 압박을 은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 김정현과 김고운이 생기 있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배우 김고운은 집중력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기술적인 연기를 한다고 볼 순 없지만 탐나는 분위기가 있다. 유전자의 힘일까? (웃음) 자꾸 클로즈업하고 싶게 만든다. 배우 김정현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나고 노련한 연기를 한다. 김고운의 연기를 품고 정리하는 힘이 있었다. 나의 장편연출 데뷔작이라 배우도 같이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데뷔하지 않은 신인을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만족스럽다.

-도현과 수현이 관계를 확장해가는 공간인 도서관과 엔딩을 맞는 수평적 공간인 몽골 초원이 인상적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도서관을 백방으로 찾아다녔는데 우리나라 도서관은 대체로 현대적이고 세련되더라. 경희대학교 도서관이 생각하던 비주얼과 맞았는데 마침 개교기념일에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어서 편했다. 영화는 꼭 몽골에서 끝맺고 싶었다. 어딜 가든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잖나. 울란바토르 근처에서만 4박5일간 촬영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홈쇼핑 여행상품을 몇번 찍어봤는데 그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장 통제? 그냥 사람이 아무도 없던데. (웃음)

-두 번째 영화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건 스필버그의 <E.T.>(1982)나 J. J. 에이브럼스의 <슈퍼 에이트>(2011) 같은 영화다. 영화화가 힘들어서 그렇지 늘 시나리오는 준비돼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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